이범호 잔소리도 어쩌면 특권이다… KIA 30홈런 재능, 김도영을 보고 깨달은 그것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이범호 KIA 감독은 젊은 감독답게 선수들과 스킨십에 능하고, 또 즐긴다. 오랜 기간 KIA에서 선수 및 코치 생활을 했기에 선수들과 친밀도가 높다. 뒤에서 근엄하게 선수들을 지켜보는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경기 전 연습 때도 선수들에게 조언은 물론 농담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이 감독이 올 시즌 가장 엄하게, 가장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한 선수가 있다. 바로 팀 내 최고 거포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는 내야수 변우혁(24)이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보통 농담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이 감독은 유독 변우혁에게는 때때로 쓴소리까지 아끼지 않았다. 싫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더 좋은 선수로 키우려는 채찍이다. 이 감독은 변우혁을 두고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곤 했다.
남들에게는 다 좋은 소리만 하는데, 자신에게만 유독 박하게 구는 이 감독이 원망스럽지는 않았을까. 4일부터 시작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변우혁은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나”고 웃으며 입을 열더니 “감독님이 항상 그러신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이다. 듣다 듣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경기에 나가서 해보니 ‘더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점점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변우혁은 “감독님에게 그런 부분이 정말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잔소리도 다 애정 표현이다. 변우혁은 팀 내에서 엄청난 입지를 가지고 있어 2군에 내리기 어려운 선수도 아니다. 싫은 선수라면, 혹은 자신의 야구에 맞지 않는 선수라면 그냥 2군에 둬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변우혁은 올해 118일이나 1군에 있었고, 1군에서 시즌을 마감했으며, 한국시리즈에서도 중요한 순간 타석에 서거나 1루 수비를 봤다. 지난해(83경기)보다 출전 경기 수(69경기)는 줄었으나 질적으로 더 나아졌다는 느낌을 준다.
변우혁은 시즌 69경기에서 타율 0.304, 5홈런, 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9를 기록했다. 아주 특별한 성적은 아니지만 지난해(.350)보다 괄목할 정도로 발전한 0.470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팀이 원하는 방향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경기 막판 대수비로도 나가는 등 팀 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1루 수비수라는 것도 인정받았다. 그래프 자체는 오름세다. 변우혁도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던 시즌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변우혁도 그럴 생각이 없고, 변우혁을 차세대 팀의 중심 타자로 키우려는 이범호 감독도 그렇게 놔둘 생각이 없을지 모른다. 어쩌면 지속적인 잔소리가 예정된 가운데 변우혁도 이번 캠프에서 업그레이드를 노린다. 지난해에도 오키나와에 와 훈련을 했던 것은 같다. 그러나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올해 또 경험을 쌓은 변우혁은 지난해와 다른 선수로 오키나와에 왔다. 조금 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됐고, 그에 맞춘 훈련 과정을 스스로 머릿속에 그리고 왔다. 구체적인 훈련 방법을 예고하는 모습에서는 지난해보다 한뼘 더 자란 변우혁을 실감할 수 있다.
변우혁은 “작년에는 조금 맹목적으로 훈련을 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훈련량이 필요하다고 나도 느꼈고, 감사하게도 (심재학) 단장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온 것 같다”면서 “작년에는 훈련이 조금 흐지부지였다. 다만 작년 겨울부터 준비했던 것들이 시즌 후반기에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 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밝은 에너지 속에 오키나와에 다시 왔다고 말했다.
변우혁은 올해 많은 경기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소득은 있었다고 말한다. 변우혁은 “작년에는 배트스피드를 향상시키고 스윙을 간결하게 만들어보자는 목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잘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계속 부족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오늘(5일)도 연습할 때부터 내가 생각한 공이 왔을 때는 미스를 하지 않고 정타를 맞힐 수 있게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주안점을 설명했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도영을 보면서 느낀 것도 있다고 했다. 변우혁은 “올해 들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리 좋은 타자더라도 모든 공을 잘 칠 수는 없다. 도영이는 존 설정이 확실하게 잡히면서 타율이 올라오고 홈런도 많이 나왔다. 자기가 생각하는 공이 들어왔을 때 인플레이가 되느냐, 파울이 되느냐의 차이다. 그런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면서 “직구 타이밍에 치려고 나가다 보면 포인트가 앞에 있으니 변화구가 꺾이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막 나갔다. 계속 하다 보니까 타석에서 조금씩 보이는 게 있었다”면서 그 실마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변우혁과 같은 거포 유망주에게는 딜레마가 많다. 모두가 “타율보다는 한 방이다”라고 외친다. 그런데 정작 헛스윙이 많아지고 타율이 떨어지면 “왜 그렇게 정확도가 떨어지느냐”라고 비판이 돌아오기 일쑤다.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그리고 팬들까지 다 인내심이 필요한 게 거포 육성이다. 그래서 거포 키우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변우혁도 “야구가 참 어렵다. 하지만 은퇴하는 날까지 어려워야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정상이다”라고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나 키웠을 때의 보상은 그 어떤 것보다 짜릿하다. 변우혁도 욕심을 내지 않고 차분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2년간 큰 부상 없이 뛰며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도 지워냈고, 군 문제도 해결했다. 야구만 신경 쓰면서 가면 되는 여건이다. 변우혁은 “계속 부딪혀야 하고, 계속 이겨내려고 해야 한다. 그것뿐이다”면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욕심을 더 많이 내보려고 한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원하신다. 만족하는 순간 끝난다. 생각을 고쳐먹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하려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남들보다 그릇이 크기에 차는 속도가 느려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물은 계속 찬다. 이범호 감독의 잔소리가 끝나는 날은, KIA가 새로운 4번 타자를 얻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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