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자복싱 金’ 칼리프, 의료 보고서에서는 “생물학적 남성”

佛 언론인 통해 조사 보고서 유출
“내부 고환·XY 염색체 갖고 있다”
스포츠계 공정성 등 논쟁 재점화

알제리의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가 지난 8월 6일 열린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 스포츠계에서 또한번 ‘성별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다. 2024 파리올림픽 복싱에서 여자 66㎏급 금메달을 획득한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가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는 의료 보고서가 유출됐다.

5일(한국시간) 힌두스탄 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크렘린 비세트르 병원과 알제리의 모하메드 라민 드바긴 병원 전문가들이 지난해 6월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칼리프가 내부 고환과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프랑스 언론인 자파르 아이트 아우디아가 확보했는데, 칼리프의 생물학적 특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프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의학적 이유’로 실격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칼리프는 여성으로 태어났고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왔다”면서 파리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올림픽에 처음 나선 칼리프는 이 대회에서 여자 66㎏급 금메달을 따내면서 알제리 여자 복싱 역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우승 후 칼리프는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았고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 앞으로 올림픽에서 나 같이 비난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다.

칼리프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오는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선수로 알려져 있다. 과거 2012·16년 올림픽 육상 여자 800m 2연패를 달성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도 DSD 규정으로 인해 세계육상연맹과 법적 다툼을 벌인 바 있다. 결국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다른 여성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연맹의 세메냐 출전 정지 처분을 인정했다. 칼리프 역시 이번 보고서 유출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스포츠계의 성 정체성, 공정성, 포용성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