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에 선수·경기장 잃어도 “목표는 월드컵”

김세훈 기자 2024. 11. 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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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B조 이라크 대 팔레스타인 경기에서 한 팬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프로축구리그 중단
현역 축구선수만 약 300명 사망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6개 팀 중 6위…4위 올라야 희망
축구협회장 “결의로 이겨내야”

곳곳에서 아직도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한 가족, 동료, 코치도 있다. 프로리그는 없다. 경기장도 다 무너졌다. 게다가 홈에서 A매치를 치를 수도 없다. 팔레스타인축구협회(PFA)의 지브릴 라조브 회장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선택은 없다. 우리의 결의, 우리 국민의 저항력, 우리의 헌신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남아시아 대표적인 매체 알자지라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의 참상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축구대표팀이 첫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치르고 있다. 한국과 같은 조로 2무2패다. 6개 팀 중 최하위. 앞으로 6경기를 더 치러 조 2위 안에 들어가면 월드컵에 직행한다. 조 3, 4위가 되면 마지막 4차 예선에 나서 다시 한번 월드컵 티켓 확보에 도전할 수 있다.

라조브 회장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이동 제한과 숨 막히는 정책이 모든 것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것을 중단했고 국가리그도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월드컵 예선을 포함한 대회에 계속 참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라조브 회장은 “가자지구에서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었고, 그들 중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가자지구 스포츠 시설은 대부분 파괴됐고 클럽과 경기장도 무너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서안지구에서도 숨이 막힐 정도로 우리를 억압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면서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747명이 사망했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1년 동안 서안지구에서 어린이 165명을 사살했다고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운동선수와 코치 최소 410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297명이 현역 축구선수라는 보도도 있었다.

2026년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48개 팀으로 확대됐다. 팔레스타인과 같은 약체도 월드컵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생겼다. 팔레스타인은 오는 14일 오만과 원정경기를 한다. 5일 후에는 ‘홈’에서 한국과 맞붙는다. 한국과의 일전이 열리는 곳은 요르단 수도 암만이다. 팔레스타인은 5년 동안 예루살렘에서 국제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라조브 회장은 “우리는 요르단과 암만을 좋아하지만, 예루살렘에서, 우리 집에서 경기하고 싶다”며 “이것은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라조브 회장은 “우리 팔레스타인 팬들이 요르단, 암만으로 많이 오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결의와 헌신, 국민의 저항력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9월 서울에서 한국과 0-0으로 비겼고 지난달 쿠웨이트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추가했다. 팔레스타인의 순위는 6위지만 현재 4위인 오만에 승점 단 1점만 부족할 뿐이다. 라조브 회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3차 예선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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