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만 끝나면 '텅텅'…고3 교실 파행 대안 없나?

배아정 기자 2024. 11. 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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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입시만 마치면 텅텅 비어버리는 고3 교실,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데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건지, 전문가와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백병환 정책팀장 나와있습니다.


팀장님, 어서 오세요.


이번에 분석한 2023학년도, 그러니까 지난해 서울시 일반고 110개 학교의 고3 출결 기록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번 2023년 출결 현황 분석은 그간 알려져 있던 고 3의 출석률 현황과 월별 감소 추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관련된 보도가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을 간단한 검색으로도 찾아낼 수 있는데요.


우리 대입 문화의 진풍경 정도로만 미화되어 다루어지거나, 개별 교사들의 어려움 토로 정도로 다루어진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 발표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2023년 서울시 110개 고교의 고3 약 2만 2천여 명의 등교율은 3월 96.9%, 10월 88.8%, 12월 57.3%, 후반으로 갈수록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등교율은 출석으로 인정되는 인정 결석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생활기록부 상의 출석으로 따진다면 12월에 10명 중 9명이 출석 상태로 확인되지만, 사실상 학교에 오지 않은 인정 결석을 포함할 경우 10명 중 6명 정도만 등교한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이 고3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주된 원인은 뭐라고 보셨습니까?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 3학생들이 수업에 불참하는 양상은 1, 2학기가 다르고, 또 수능 전후가 다릅니다. 


이미 1학기 그리고 2학기 수능 전에도 학교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이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성이 부족하며 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결과만을 중시하는 대입제도입니다.


대학입시 결과가 12년 학교 생활의 '최후의 심판'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은 대입, 특히 11월 수학능력시험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수능 위주의 경쟁적 대입제도라면 학교 교육의 필요는 최소화되고 자습이나 인강, 혹은 사교육 컨텐츠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대학에서의 공부가 가능한, 일정한 성취 수준 도달이 아닌 끝없는 등급 경쟁도 이러한 대입제도의 폐단과 고3 교실 공동화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장 선생님들이 느끼시는 어떤 어려움도 있을까요?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인터뷰 가운데 확인된 것들이 있는데요, 현장 고3 교사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이, 출결 관련 서류 수납과 같은 행정업무 처리를 담당하는 역할만 하도록 위축됩니다.


조금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1학기에는 수능 준비를 위해 1년 치 교육과정을 압축해서 끝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고요.


2학기에는 주로 학교를 자습실로 만들어 관리하는 일만 집중하게 됩니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고3 교실이 또 다른 돌봄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학생들을 관리할 뿐 교육이 불가능한 곳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사들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무기력입니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학교 교사들은 그들이 준비한 수업이 사교육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하곤 합니다. 


문제 풀이에 필요한 내용만 간단명료하게, 속된말로 '머리에 때려 박아주는' 일타 강사들의 강의에 비해, 다양한 학생들의 수준과 학급 관리 등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현장 교사의 수업은 저평가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현상을 방치한다면 이는 교사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넘어서 공교육을 빠르게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우려되는 점이 많은데요, 이렇게 고교 수업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는 배경 중의 하나로 지금 여러 번 대학 입시 제도를 지목을 해 주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실 대학 입시 제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촘촘히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 시스템과 교육격차입니다. 


우리 대학들은 4년간 잘 가르쳐 실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잘 뽑는 데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국가교육위원회의 대국민 교육현안 인식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이 만족도에 있어 꼴지에서 2,3위를 다투고 있었습니다. 


대입 과정에서 얼마나 세밀하게 변별하는가에만 치중하고, 그렇게 0.0001점이라도 높은 성적으로 학생들을 뽑으려고 하는 대학의 시스템이 문제 많은 대입 제도를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이러한 변별은 교육적으로 매우 타당성이 부족하고 또한 사실상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에도 그런 것을 보장하지 않는 입시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문제 놓고 국회에서 토론회도 오늘 있었고, 여러 가지 또 개선 방안도 제안이 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대안은 뭐라고 보셨습니까?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네,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고3 학생들의 출석률을 끌어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고3 2학기 출결 사항을 정수시 대입에 반영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외형적인 공동화를 막아서 학생들을 그냥 교실에 늦게까지 있도록 할 뿐이죠, 질적인 면에서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현장 교사 인터뷰를 했는데요, 모두가 공통적으로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특별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끊임없이 등급 경쟁에 시달리도록 하는 상대평가 위주의 대입제도와 사교육 친화적인 수능 출제 방식은 학교 교육을 무력화할 것입니다.


현행 대입제도는 다양한 학생들의 관심과 적성, 그리고 그에 따른 노력의 과정은 묻지 않습니다. 


그 밖에 일각에서는 수시와 정시가 치러지는 전형 일정 등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수정시 통합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2024년, 현시점에서 정공법을 택하지 않으면, 변화로 나아갈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서 교육 당국에 던지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 어떤 내용일까요?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텅 빈 고3 교실, 혹은 고3 교육과정 파행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교육 당국은 출석률을 높일 방안, 수능 이후 학생들을 교실에 붙잡아둘 대책들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런 조치들은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는데요.


이번 조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교사 중 한 분은, 이번 조사가 괜히 교육 당국을 자극해 탁상공론과 엉뚱한 대책들로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국가 단위의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교육부, 특히 국가교육위원회는 오늘 제기된 고3 교실의 문제를 직시해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은 내놓기를 바랍니다.


해당 기관들이 부여된 책임과 권한을 방기하는 이른바 변죽을 울리는 그런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매우 우려가 되는 바입니다.


서현아 앵커

교실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독서실처럼 운영되는 고3 교실의 문제,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학교 교육의 의미를 더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부담을 담임 선생님들에게만 떠넘기지 않도록 정말 다각도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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