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부산의 미래,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2024. 11. 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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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반도체 인프라 탁월…산·학·관·연 유기적 협력
지역에 생태계 조성해야 기업유치·인재정착 가능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며칠 전 필자는 부산 지역 방송에 패널로 나간 적이 있다. 부산의 미래를 대학에서 찾아보자는 주제를 가지고 각 계에서 모인 패널들과 열띤 토의를 했다. 부산에서 졸업한 학생들이 부산에 있는 회사에 취직하고 정주하기 위해 대학에서 어떠한 방법의 교육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회사가 부산에 있어야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부산에 남을 수 있는지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부산에 노인과 바다만 남는다고 한다. 인구소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수도권 기업들이 부산으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필자는 2022년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전력반도체 기업의 대표로서 이런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 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부산 지역 거점대학 학생들이 지역에 많이 정주해야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고 수도권에 있는 전력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부산으로 모여야 부산 지역에 전력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돼 기업 간 상호 협력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산의 거점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왜 수도권으로 가는가? 졸업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부산에는 미래를 걸 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부산보다 수도권에 정착해야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수도권으로 간다고 한다. 반대로 수도권에 있는 전력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왜 부산으로 오지 않는 것일까? 관련 기업 대표의 말을 들어 보면 부산으로 가면 기술·생산 인력을 수도권처럼 뽑기가 자유롭지 않고, 현재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원을 데리고 부산으로 가야 하는데 많은 인력을 수용할 만한 정주 여건이 여의치 않아 수도권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필자는 위에 언급한 문제를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언급한 두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가지 해법으로 접근하면 어렵다. 필자 생각은 어느 하나를 먼저 해결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모든 문제점을 동시에 단계적으로 같이 풀어 가야 한다. 즉 대학에서는 기존 성적 위주의 교육 방식보다 부산이 지정한 미래 먹거리(전력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기술을 좀 더 현실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공유대학과 같은 커리큘럼을 발전시켜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증대시켜야 한다. 또한 에너지분산법, 원자력발전소, 해수담수화, 부산항 및 가덕도신공항 등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인자를 최대한 살려 타지역에 있는 미래 먹거리 기업, 특히 전력반도체 기업의 부산 이전이나 해외 전력반도체 기업의 부산 신공장 설립, 그리고 신규 기술 창업을 통한 전력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활성화해 부산의 거점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부산에 정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학 기업 지자체, 그리고 부산 시민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삼성이나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부산으로 이전을 안 하느냐고 학생들은 질문하지만 현재 메모리나 시스템 반도체의 생태계가 수도권 지역에 형성돼 부산으로 오기는 불가능하다. 반면 전력반도체는 시작하는 단계이니 부산에서 충분히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필자는 이야기한다.

전력반도체의 꽃을 부산에서 피우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도움이 더욱더 중요하다. 대학으로부터 양질의 연구 인력을 받아야 하고 전력반도체 마이스터고·특성화고를 통한 우수 생산 인력을 받아야 한다. 전력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가출연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대학교수들과 산학 연구를 통해 기업의 기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전력반도체 기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소재와 장비 기업들도 부산에 위치해야 한다. 전력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내재화된 소재 부품 장비를 가지고 최종 변환장치까지 만드는 것과 이런 생태계가 부산에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KPDIA)가 부산에 있다. 여기에 105곳의 회원사가 전력반도체 관련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90% 이상 회원사가 부산 지역 외에 공장과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만 향후 부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잠재적 회사들이다. 협회와 협회에 소속된 기업, 대학교 마이스터고, 출연연구소, 그리고 지자체(부산시 부산TP 비스텝 등)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전력반도체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산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전력반도체 클러스터를 부산에 정착시킴으로써 지역 거점대학의 학생들이 지역 거점기업에 취직해 부산에 정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부산 인구소멸 문제가 해결되기를 필자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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