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건보료 내는 일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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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 보일러에서 물이 샜다.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송전설비를 보수하는 사람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단순 일용직도 17만 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용직 근로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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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 보일러에서 물이 샜다. 인터넷을 뒤져 평판이 좋은 설비기사를 불렀다. 벽을 조금 파내고 누수가 있는 호스를 교체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라고 했다. 실제 30분도 안돼 수리가 끝났다. 그런데 부품비 포함 청구비용은 20만 원이나 됐다. 시급으로 치면 40만 원이다. 또 한번은 목욕탕 벽면 타일이 갈라져 업체에 수리견적을 부탁했는데 “하루치 일이 아니어서 해줄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입맛에 맞는 일감을 골라 맡는 설비업계의 배짱과 천정부지 수준의 인건비 산정에 누구나 한번쯤은 깜짝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한건설협회가 반기별로 공시하는 건설업 임금단가를 보면 가장 높은 직종은 ‘송전활선전공’이다.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송전설비를 보수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일당은 65만3000원이다.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작업이 아니어도 소위 ‘블루칼라’ 업종이라 불리는 건설업 노임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타일공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일당이 10만 원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28만 원 가깝다. 철근공이나 미장공은 27만 원, 도배공은 22만 원쯤 된다. 특별한 기술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단순 일용직도 17만 원이다. 1만 원 안팎이던 1990년대에 비하면 17배나 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용직 근로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는 1일 또는 30일 이내 단위로 고용되는 근로자이고, 일용직 근로소득은 이들이 일급 또는 시급으로 받는 급여다. 일용직 근로소득도 원래 건보료 부과 대상이지만 취약계층이라는 인식이 강해 그동안 예외로 인정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저소득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건보공단의 시각이다. 전문성이나 노동시간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소득이 꽤 늘었다는 것이다. 연 수입 5000만 원 이상인 일용직 근로자는 2021년 22만여 명에서 2023년 34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기능공 대접이 후한 미국 영국 등에선 블루칼라의 임금 증가 속도가 화이트칼라를 앞지른다고 한다. 이를 ‘블루칼라 노다지’라고 표현할 정도다. 도배 미장 용접 등은 위험하고 더럽고 어렵긴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년이 없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런 일은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 하면서 현장 인력 자원이 줄어든 것도 이들이 과거에 비해 환대 받는 이유다. 희소성 있고 숙련도를 요하는 일용직이 한국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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