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펌프·수문도 무용지물…농민들 “인재”
[KBS 부산] [앵커]
지난 9월 부산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강서구 일대 농가가 큰 피해를 봤는데요.
강서구가 뒤늦게 배수펌프장과 수문 가동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극한호우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입니다.
특히 인근 도로공사가 물길을 막아 피해를 막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최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연말 출하를 앞둔 토마토 비닐하우스가 텅 비었습니다.
지난 9월 폭우로 토마토 모종이 모두 쓸려나갔기 때문입니다.
[이동희/토마토 재배 농민 : "(비가) 그치면 바로 (빗물이) 쑥 줄어드는 게 표나는데 이번에는 그치고 3일이 돼도 물이 도로까지, 무릎까지 차 있었어요."]
이곳을 포함해 폭우 피해가 발생한 농경지는 축구장 2천4백여 개 규모인 천 7백여 헥타르에 달합니다.
서낙동강 수위가 높아지자 농경지에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기상청 예상 강수량은 30~80mm.
녹산배수펌프장은 전날 70mm 비에 대비해 물을 뺐는데, 실제 4백mm 이상 폭우가 쏟아지며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수문을 열거나 닫아 서낙동강 수위가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당시 수문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특히 인근 에코델타시티 공사를 위해 만든 임시 도로가 물길을 막았는데도 강서구가 이를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권병고/토마토 재배 농민 : "이것 때문에 (빗물이) 안 빠져서 자꾸 민원을 넣어서 파내라고 해서 파고 나니까 다음 날 물이 바로 빠지더라고요."]
강서구는 배수펌프장 가동 기준을 최대 예상 강수량 이상으로 상향하고, 폭우 시 강 수위를 낮추기 위한 수문 운영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극한 호우 때는 속수무책입니다.
[부산 강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펌프) 가동량이 좀 많아지기 때문에 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인데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을 거 같아서…."]
강서구의회는 이번 농가 피해를 '인재'로 규정하고, 이달 말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경위를 조사한 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그래픽:김명진
최위지 기자 (allwa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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