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커지는 북한강 토막살인…“고도로 훈련 받은 군인일 가능성”

이혜영 기자 2024. 11. 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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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령 진급 예정이던 사이버사 소속 장교, 살인 등 혐의로 구속
대낮 부대 주차장서 동료 살해하고도 태연히 근무하며 ‘1인2역’
전문가, 계획 살인 가능성 제기 “형량 줄이려 우발적 범행 주장”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11월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춘천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동료인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현역 장교의 충격적 범행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피의자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치밀한 계획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고도의 특수 훈련을 받은 범인이 완전범죄를 노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살인 및 사체손괴·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A(38)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A씨는 중령 진급을 앞둔 현역 소령 으로 국방부 직할 부대인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이다.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춘천지법에 나온 A씨는 피해자와의 관계, 화천에 훼손 시신을 유기하고 휴대전화를 버린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나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A씨는 약 10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낮 잔혹 범행 후 돌 넣어 시신 유기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했지만 범행을 둘러싼 의문은 커진다. A씨가 대낮에 자신과 피해자가 근무하던 부대 내 주차장에서 대범하게 살인을 저질렀고 참혹한 방식으로 시신을 훼손·유기한 후 피해자 행세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경찰 수사와 피의자 진술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경기도 과천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동료였던 임기제 군무원인 피해자 B(33)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목을 졸라 살해했다. 자신의 옷으로 시신을 덮은 후 차량을 빠져나온 A씨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부대로 복귀해 태연히 근무를 이어갔다. 

A씨는 퇴근 후인 오후 9시께 부대 인근의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로 향했다. 이 곳에서 A씨는 준비해 온 도구를 활용해 시신을 훼손했다. 혈흔 등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물품도 챙겨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 검거 후 경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이미 혈흔이 남아있을 만한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된 상태였다. 증거인멸을 노린 범인에게는 철거를 앞둔 건물이 최적의 장소였던 셈이다.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A씨가 시신을 유기한 곳은 자신이 10여년 전 근무했던 강원도 화천이었다. A씨는 살해 및 시신 훼손 이튿날인 26일 오후 9시40분께 화천 북한강변에 시신과 함께 범행 도구를 유기했다.

그는 시신을 담은 봉투를 유기하면서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을 보였다. 시신이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피의자는 27일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 행세를 하며 부대 측에 "휴가로 처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B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전원을 껐다 켜는 하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B씨의 가족이 이미 실종 신고를 낸 상태였지만, A씨가 '여행·휴식' 등을 암시하는 위장 문자를 보낸 탓에 범죄 피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은 뒤에도 정상적으로 출퇴근했다. 

살해 일주일 뒤인 이달 2일 시신 일부가 북한강에 떠오르면서 A씨의 엽기 범행도 발각됐다. 

A씨는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고 테이프로 밀봉했다. 그러나 시신이 부패하면서 생긴 가스와 물이 새어 들어가며 생긴 화학반응 등으로 시신 일부와 봉투가 물 위로 떠올랐다. 

만일 A씨의 계획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시신이 완전 부패하거나 물살에 유실돼 범행이 발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고등학생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시신 대부분을 수습한 상태다. 

경찰은 시신에서 지문과 DNA를 채취해 피해자가 B씨임을 파악했다. 또 밀봉에 쓰인 테이프 안쪽에서 A씨의 지문을 확보, 포위망을 좁혀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던 그 시각에도 A씨는B씨의 휴대전화를 쓰며 '1인 2역'을 벌이고 있었다. 

B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은 시신 발견 하루 만인 지난 3일 오후 7시12분께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A씨를 검거했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11월4일 강원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적 처단 위해 받은 훈련, 민간인에? 국방부 설명 필요"

전문가들은 A씨가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찰 출신의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날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피의자의 범행 수법과 은폐를 시도한 정황 등을 종합할 때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자신이 근무하는 부대의 주차장,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는 곳에서 대단히 신속하고 빠르게 살인한 후 빠르게 무엇인가를 결정(훼손 및 유기)했다는 것은 이 사람의 심리 상태가 대단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라며 "본인이 얘기하는 동기와 다르게 숨겨진 게 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바이를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가 살아있는 듯 문자를 보냈고, 시신을 절개선을 통해 훼손하는 그 다음 단계까지 했다는 점에서 너무 계획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수하게,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일 수 있다"며 "(만일 그렇다면) 적을 처단하기 위해 받은 훈련이 민간인을 상대로 쓰였다는 점에서 장교 심리 등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국방부 차원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하는 데 대해 "우발적 살인은 (형량이) 10년 좀 넘는데 계획적 살인은 거의 두 배다.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하는 이유는 형량을 10년 안쪽으로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임기제 군무원이었던 피해자 B씨는 10월 말 국방부와의 계약 종료를 앞둔 상태에서 변을 당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국방부 소속이지만 당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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