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때마다 위협받는 ESG, 우리는 과연 ‘지속가능’한가
ESG 개념 제창 20주년…韓ESG 방향 모색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제가 시장 화두로 떠오른 시장에서, 정작 투자자들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충분하게 보고 지속가능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소액주주를 기만하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거버넌스 환경에서 기업들은 과연 ESG 경영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UNGC 코리아 리더스 서밋 2024’은 ESG 개념 제창 20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시장 여정과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묻고 짚은 자리였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가 주최하고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 국내외 지속가능성 이슈 전문가와 기업·기관 대표 및 실무진 500여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번 서밋에선 한국 ESG의 현실과 위기, 대안을 진단하는 데 집중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글로벌 시장에선 엄격한 ESG 투자에 수익률이 떨어진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목소리가 커졌다. 2005년 유엔에서 문서 ‘돌볼 줄 아는 이가 이긴다(Who Cares Wins)’를 출간한 때를 전후해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ESG를 외쳤지만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이들 사이에서도 ‘냉소’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장기 수익률뿐만 아니라 시장 발전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엔 사회책임 투자 기관인 PRI의 데이비드 앳킨 PRI 대표는 화상을 통해 “지금은 책임투자자에게 어려운 시기다. (수익률 등) 우리가 행동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건 너무도 쉬운 일”라며 “하지만 이는 ESG 회의론자들이 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사회책임 투자자들은 수익자부터 이해관계자까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지금 책임투자 생태계에서 필요한 건 ‘낙관주의’와 이를 원동력 삼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은경 UNGC 한국협회 실장은 ▷ESG 선순환 생태계 구축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및 넷제로 달성 가속화 ▷ESG 고도화 지원 ▷ESG 플랫폼 강화 등을 기업과 소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선 국내도 ESG 정보 공시를 조속히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투자자들도 ESG 요소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판단 근거 자체가 빈약하니 의사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ESG와 관련된 정보 공개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한 국가를 살펴보면, 주로 2025~2027년에 몰려있다”면서 “이에 시민사회에선 한국기업들도 2026년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기업들은 2029년을 제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ESG 정보 공개가 조기 의무화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굉장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글로벌 투자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ESG워싱(ESG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도 잇따랐다. 국내에서도 금융기관과 기업이 녹색·사회적·지속가능채권 등을 다수 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발행목적에 투자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종오 국장은 ‘그린워싱’에 대해 “지속가능성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트로이 목마’”라고도 표현하며 워싱 방지 활동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단순히 ESG 정보가 많아서도 안 된다. 신뢰성 있고 전문성을 토대로 검증된 정보여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도 제대로 ESG 요소를 따져보고 투자 의사결정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ESG 평가기관의 시장은 컨설팅과 ESG 기업 평가를 병행하며 이해 상충의 논란에 휩싸이거나 전문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정재규 한국ESG기준원 정보분석센터장은 “분명 ESG 평가 기관 시장은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면서 “다만,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시장 육성과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 기관이 ‘제대로 된 ESG 정보’를 내놓고 투자자들도 투자에 활용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가 기관들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기업을 놓고서도 평가 기관 마다 제각각 등급을 메기면 시장에선 의문이 증폭될 수 있다.
이에 정 센터장은 “사실 평가 방법론을 완전 공개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줘야 한다”면서 “가령, 우리 기관은 인권 등 S(사회) 지표에 가중치를 뒀기 때문에 우리 기관의 자료는 이러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등 안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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