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집 앞서 열린 전문강사 운동 프로그램…90세도 나왔다
- 65세 이상 고령인구 21% 달해
- 건강 중시 라이프 스타일 장려
- 市, 지역스포츠클럽과 힘 모아
- 노인 생활단지 인근 시설 마련
‘Mach-mit bleib fit!(마흐 미트 블라이 피트·가입하고 건강을 유지하세요)’
2021년 세계은행 기준 총인구 8320만 명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820만 명으로 21.98%에 달하는 독일은 주민들의 활동적이고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장려하기 위해 각 도시의 시청과 지역스포츠클럽이 힘을 모아 ‘마흐 미트 블라이 피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노인을 위해 집과 가까운 시설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에는 집과 가까운 시설에서만 운동 기회가 제공됐지만 점차 요양시설과 치매환자를 위한 시설로 확대됐다. 지역스포츠클럽에서 특별 훈련을 받은 트레이너가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지역 주민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해 비용면에서나 접근성 면에서 노인 친화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9월 24일 독일 함부르크 리비하우스(Reewie-haus). 함부르크 공항에서 차량으로 14분 거리에 있는 리비하우스는 함부르크 북부 아이델슈테트에 위치했으며 87곳의 마흐 미트 블라이 피트 거점 중 한 곳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독일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리비하우스는 지역으로 찾아가는 운동 프로그램이라는 취지에 맞게 인근 노인생활단지인 림스튁켄캄프(Reemstuckenkamp)와 비쉔캄프(Wiebischenkamp)가 만나는 곳에 있어 첫 글자 리(Ree)와 비(Wie)를 따서 이름이 지어졌다. 접근성을 높여 많은 주민이 참가할 수 있는 곳을 시설로 택했다.
이날 오전 11시 지역 노인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리비하우스로 모였다. 대부분 70대 이상으로 남성도 일부 있었고 몸이 불편한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운동을 따라하기도 했다. 이날 날씨가 좋아 참가자들은 실내에서 운동하는 대신 리비하우스 앞마당에서 운동하기로 했다. 매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무료(자발적인 후원금은 받음)이며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 현장에서 운동에 참가하면 된다.
트레이너 엘리자베스 란 씨는 먼저 20명가량의 참가자들을 마당에 둥글게 대형을 세운 뒤 탄력밴드를 나눠줬다. 참가자들은 탄력밴드를 양손으로 잡고 무릎을 살짝 굽히거나 팔과 허리를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돌리면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이어 무릎을 굽히며 탄력밴드를 잡은 양손을 점점 아래로 내렸다가 만세하듯 하늘 높이 올리기도 했다. 목을 기준으로 앞으로 념겼다가 뒤로 넘기기를 반복한 뒤 양팔을 앞으로 뻗은 뒤 양 다리를 앞뒤로 교차했다. 팔 운동에서 다리 운동을 가미한 것이다. 이후에는 음악소리에 맞춰 지금까지 했던 동작을 연속으로 따라했다.
탄력밴드 사이사이 손이나 발을 넣을 수 있도록 한 공간에 두 손을 넣고 왼손은 가슴 쪽에, 오른손은 오른쪽 허리 쪽으로 대각선으로 내린 뒤 몸을 쭉 늘이기도 하고, 양팔을 바깥쪽으로 벌린 뒤 스쿼트를 하듯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서서히 난도가 높아졌다. 땀이 나는 어르신들이 옷을 벗는 등 힘겨워할 즈음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휴식시간도 운동의 연장선이었다. 어르신들은 서로서로 잘 안 되는 자세를 묻고 답하는 등 교류했다. 미처 물을 챙기지 못한 이웃과 물을 나눠마시기도 했다. 란 씨도 어르신들 사이를 오가며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란 씨는 “러닝, 체조, 몸의 중심 잡기 등 기본 운동 기술뿐만 아니라 조정력 지구력 유연성을 고령자에게 가르쳐 주면서 신체활동 능력을 배가시키고 있다”며 “참가자들이 운동 후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이어진 수업에서는 탄력밴드를 등에 댄 채 양쪽 끝을 잡고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펀치를 날리듯 하다 양손을 다 동시에 뻗기도 했다. 탄력밴드 한쪽에 오른쪽 다리를 넣고 반대쪽에 왼손을 넣어 다리를 고정시킨 채 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기도 했다.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각자 옆사람과 함께 탄력밴드를 이어잡도록 했다. 손 대신 탄력밴드로 이어진 ‘강강수월래’를 연상하면 된다. 이 상태로 몸과 팔을 앞으로 보내며 작은 원을 그렸다가 원위치로 되돌아오기를 몇 번 한 뒤 이날 운동은 마무리됐다.
6년간 운동에 참가했다는 자비네 카르스텐츠(74) 씨는 자신이 이날 운동 참가자 중 가장 어리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이날 최고령자는 90세였다. 자비네 씨는 “피트니스를 다녀도 되지만 이 프로그램은 고령자에게 맞는 수준의 운동을 시켜줘서 10분 거리를 걷는 불편함이 있지만 여기를 매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빨리 지쳤는데 꾸준히 운동하니 체력도 좋아지고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나이든 분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엄지척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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