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천개입' 녹취록에 '탄핵' 경고하는 언론

노지민 기자 2024. 11. 5. 1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지율 첫 10%대 추락에 '탄핵' 언급 보도량 증가
중앙일보 "박근혜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 없다"
대구신문 "TK에서도 탄핵이라는 말 생소하지 않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사진=대통령실, 명태균씨 페이스북

김건희 여사에서 시작된 '공천개입 의혹'이 본진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와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가운데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0%대로 내려앉았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앞둔 국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언론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뉴스토마토가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보도한 이래 윤석열 대통령은 의혹과 한 발 떨어져 있었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보궐선거, 올해(2024년) 4월 총선 당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개입한 의혹이 알려진 뒤, 김 여사와 관련 대화를 나눈 명태균씨가 여권에서 '정치 브로커' 역할을 한 정황이 여러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명태균 녹취' 공개로 이 사안은 더 이상 '김건희 리스크'가 아닌 윤 대통령 본인의 문제가 됐다.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통화에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가 다른 이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그거 처리 안 했나' '대통령으로서 자격 있는 거야?'라며 따졌다고 전하는 내용도 공개됐다.

▲2024년 10월3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2022년 5월9일 통화 내용 녹취록. 사진=더불어민주당 유튜브 '델리민주' 생중계 갈무리

윤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3.1%p, 응답률 11.1%)해 1일 공개한 결과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19%, '잘못하고 있다'는 72%에 달했다. 보수 정당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의 긍정 평가는 전체 평균에 못 미치는 18%였다.

이를 기점으로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보도가 주된 흐름이 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로 104개 언론사의 '대통령' '탄핵' 보도를 주간 단위 분석한 결과,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시작된 9월5일에서 11월4일까지 총 5461건의 보도가 이뤄졌다. 특히 '윤-명 녹취' 공개 이후 관련 보도가 급증하면서 해당 주간에만 1091건의 보도가 쏟아졌다. 그간 '탄핵'이 일부 야권과 시민사회 주장에 그친 것과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이 시기 '대통령 탄핵' 보도의 핵심 연관어로 '윤석열'이 떠오른 것도 확인됐다. 10월 첫 주 관련 보도의 주요 연관어에 윤 대통령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육성이 공개된 주간 주요 연관어에는 '김건희' '윤석열' '공천개입'이 나란히 5~7순위에 올랐다.

▲2024년 10월31일~11월4일 104개 언론사 기사 가운데 '대통령' '탄핵' 보도 연관어.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분석 결과

탄핵이 거론되는 맥락도 심상치 않다. '윤-명 녹취'가 공개된 다음 날인 1일자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의 경우 윤 대통령의 10%대 지지율이 나온 다음날(2일) 사설에서 “탄핵 국면이나 IMF 사태 같은 극단적인 상황 때나 나오는 수치”(조선일보)라는 평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중앙일보)는 전망을 내놨다. 대통령을 두고 “꿩처럼 머리 박고 현실을 외면하는 심리”(동아일보)라는 지적까지 했다.

특히 4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에 대한 건의를 담은 입장문을 냈다”며 “탄핵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온 당부였을 것”이라고 했다. 5일 최민우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보수층은 8년 전 섣불리 탄핵에 방조 혹은 동조했다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보수 세력이 처참히 궤멸한 경험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지지층의 상처 혹은 공포심을 인질 삼아 버티는 정권. 지금 윤석열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날 대구신문 사설은 “이제 TK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당정이 다시 하나가 돼 쇄신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TV조선 앵커칼럼 갈무리

방송사의 경우 JTBC, MBC가 가장 적극적으로 공천개입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KBS를 제외하고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대다수 방송사들이 메인뉴스에서 해당 의혹을 상당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TV조선 '뉴스9' 윤정호 앵커는 4일 방송에서 “지금 용산은 어떤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척이라도 하나”라며 “실망이 환멸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통화녹취는 국민 눈에 2016년 탄핵의 트리거가 됐던 '태블릿PC'와 겹쳐 보이는 상황”(시사저널)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공천개입 의혹을 비롯해 본인과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에 충분한 해명이나 사과를 내놓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국면이 올 거란 전망도 나온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