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모집 수수료 부당 지급…CEO보험 사라지나

최정훈 2024. 11. 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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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인정기보험(CEO보험)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금융당국이 CEO보험과 관련한 불법 영업행위가 만연하다고 지적하면서 주요 보험사가 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중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인정기보험(CEO보험)의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최근 CEO보험을 판매하는 주요 보험사는 개인사업자 대상 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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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험사 개인사업자 대상 CEO보험 판매 중단
중소기업 CEO 사망 시 리스크 줄이기 위해 도입
수수료 리베이트·탈세 등 논란…“악용 소지 다분”
“근본 해결책 아냐…전문직 수요 소외 가능성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인정기보험(CEO보험)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금융당국이 CEO보험과 관련한 불법 영업행위가 만연하다고 지적하면서 주요 보험사가 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중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인정기보험(CEO보험)의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CEO보험은 법인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 발생 시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법인에 지급하는 보험이다.

최근 CEO보험을 판매하는 주요 보험사는 개인사업자 대상 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KB라이프는 지난달 개인사업자 판매를 중단했고 신한라이프와 삼성생명도 판매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과 조세당국 등이 CEO보험과 관련한 불법행위가 만연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보험업계가 CEO보험을 본래 목적과는 달리 ‘높은 환급률’, ‘절세효과’ 등을 강조하며 마치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보험대리점(GA)이 CEO보험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벌이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GA들은 중소기업 CEO에게 “자녀를 GA 설계사로 등록한 후 CEO보험에 가입하면 거액의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다”며 보험계약 체결을 유도했다.

해당 CEO 자녀가 설계사 자격 취득에 실패했음에도 GA는 설계사 자격이 없는 CEO자녀에게 모집수수료 45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같은 수수료 부당지급이 적발된 GA는 총 4곳에 달한다. 이들은 550건의 경영인정기보험을 모집하면서 설계사 자격이 없는 179명에게 총 72억원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또 법인이 아니면 비용인정이 불가능해 절세가 안 되는데도 GA는 절세와 무관한 개인·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절세효과를 내세우며 ‘불완전판매’를 하고 있다. 법인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해 법인세를 절감하고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한 것이다.

주요 보험사들은 개인사업자 대상 판매가 악용 사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인사업자 대상 CEO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추세다. 보험사 관계자는 “상품의 목적 자체가 법인이 수익자가 되도록 하는 것으로, 전문 직군의 개인사업자도 받아 왔다”며 “최근 문제가 불거지면서 취지에 맞게끔 법인 대상으로 판매하도록 생보사가 상품을 정비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개인사업자 대상 판매를 막는다고 해서 CEO보험 관련 불법행위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적발 사례를 보면 법인의 자녀나 가족이 보험설계사로 수수료를 가로챈 방식인데 사실 법인 대표의 자녀가 실제로 설계사로 등록돼 있으면 불법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다만 개인사업자 대상 판매를 막으면 악용 사례가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CEO보험을 목적에 맞게 원하는 개인사업자를 소외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전문 직군 등 개인사업자들도 본인이 사망하거나 사고가 나면 업체 자체가 사라지는 위험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CEO보험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당국이 악용 사례를 강조하면서 업계가 전반적으로 개인사업자 판매를 접는 것도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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