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부동산 자금 쏠림 금융위기 초래" 경고…이번엔 전세제도 파격제안

장영은 2024. 11. 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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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정책 심포지엄
이 총재 "韓 부동산 대출 비중 높아…성장성·안정성 저해"
이윤수 교수 "가계부채 '질' 중요…DSR로 규제 바람직"
한은, 전세금 리츠에 투자하는 '한국형 뉴리츠' 제안

[이데일리 장영은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형 뉴 리츠(REITs)’를 제안했다. 부동산 중심 가계부채 급증세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금융 부문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싱크탱크’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한은이 올해 들어 제시한 △외국인 돌봄 노동자 도입 △농산물 수입개방 관련 연구 △입시제도 개편안에 이은 우리 사회 구조개혁 제언의 연장선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5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계돼 대출 규제나 금리조정만으로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는 5일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 과제’를 주제로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 축사를 통해 “부동산 부문으로 지나친 자금 쏠림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가계와 기업 금융의 구조적 문제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라고 했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직후 10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은행 가계대출의 74%가 주택 관련 대출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대출 역시 “2010년 말 GDP대비 9%였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에는 24%까지 늘었다”며 “자금이 이렇게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집중되면 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성장동력 약화가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금융시스템이 크게 영향을 받아 기업금융 부문의 취약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발표자로 나선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가계부채의 ‘양’보다는 ‘질’ 악화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던 2013년부터 팬데믹 직전 시기에 신용이 증가하면서 대출의 질이 올라갔다”고 짚었다. 당시 소득이 늘고 신용도가 높은 고소득자 등을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면서 부채의 총량은 늘었지만 연체율은 유지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률적인 총량 규제보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차주별 상환능력을 고려하는 기준을 통해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보증제도에 대해서는 △은행 대출심사에 도덕적 해이 유발 △갭투자 유인 확대 △전세가격 상승 초래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주택 구입 혹은 임차 비용을 금융권 대출 대신 민간자본으로 조달하는 새로운 주거형태인 한국형 뉴 리츠( 뉴리츠)를 제안했다. 기존 전·월세 보증금에 해당하는 목돈을 리츠에 투자해 일정 지분을 사들인 뒤, 리츠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형태다.

김 교수는 가계가 임차인이자 투자자가 되면서 단순 주택담보대출 채무자였을 때에 비해 가계부채 누증이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거 시 집값이 오른 만큼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06년 1분기 이후 서울 기준 주택 매각 평균 수익률은 △6년 후 61% △7년 후 74% △8년 후 87% △9년 후 100% △10년 후 113%로 집계됐다. 아울러 정부의 최근 발표된 부동산 공급대책과 연계해 리츠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승범 국토교통부 부동산투자제도 과장은 “신도시에서 조금 더 싸게 리츠가 주택을 매입하게끔 해주면 (뉴 리츠가) 작동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정부 내에서 좋은 주택을 어떻게 더 싸게 공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심포지엄 말미에 뉴 리츠가 부동산 공급을 늘리고 거주에 대한 수요자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부동산 관련 은행 대출은 리스크를 다 소비자에게 전이한다, 선분양제도 역시 전부 다 레버리지를 통해 부동산을 로터리(복권)로 만든다”며 “부동산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집을 살 수 있게 돈을 대주는 수요지원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고 악순환이 된다. 공급을 지원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국토부를 향해서는 수요 보증이 아닌 공급 보증으로 갈 수 있도록 좋은 지역에서 뉴 리츠의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나서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자료=한국은행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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