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 51%가 민간인 강남권 그린벨트, 결국 풀린다

공성윤·김현지·정윤경·강윤서 기자 2024. 11. 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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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8∙8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초 서리풀지구 등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 4곳 발표
시사저널∙경실련이 소유 현황 조사한 내곡동 토지도 포함…”지속 가능성 저해할 것”

(시사저널=공성윤·김현지·정윤경·강윤서 기자)

정부가 당초 8∙8 부동산 대책에서 예고했던 대로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 중에는 시사저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앞서 토지 소유주 현황을 전수 분석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이 포함됐다. 정부는 공공주택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개발해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내곡동 일원의 절반을 민간이 차지한 만큼 소수의 이익 독점을 막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활용해 올해 5만가구. 내년 3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8월14일 서울 그린벨트 지역 중 하나인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모습. 멀리 아파트가 보인다. ⓒ 시사저널 임준선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등 4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서울과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km 이내에 있는 지역 4곳의 그린벨트를 풀어 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4곳은 △고양시 대곡역 △의왕시 오전동∙왕곡동 △의정부시 용현동 △서초구 서리풀 지구 등이다.

서초구 221만㎡ 규모의 GB 해제 결정

이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서리풀 지구다. 옛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있던 지역으로 그 면적은 221만㎡다. 그린벨트 비중은 100%다. 여기에는 과거부터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시돼 왔던 내곡동을 비롯해 인근의 서초구 원지동∙신원동∙염곡동∙우면동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서리풀 지구를 2만 가구가 공급될 신규 택지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리풀 지구의 특징에 대해 "인근에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 GTX-C(양재역) 등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경부고속도로 등 지역 간 이동이 편리하다"며 "우수한 자연경관, 인접한 첨단산업과 연계해 첨단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훼손돼 그린벨트로 보존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최소화했고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리풀 지구에서 특히 접근성과 지가가 높은 곳은 내곡동이다. 이곳은 인접한 강남구 세곡동과 더불어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혀 왔다. 내곡동∙세곡동의 그린벨트 해제 소식은 정권 때마다 들려왔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때는 실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세곡동과 인근 자곡∙율현동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그 결과에 대해 2021년 서울연구원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주변 집값 안정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도 실효성을 지적했지만, 결국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에 다시 강남권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신규택지 위치도 ⓒ 국토교통부

우려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주요 배경은 내곡동·세곡동 일대 토지의 50% 이상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사저널이 경실련과 함께 내곡동·세곡동 토지(산지 포함) 총 5213필지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전체 필지 중 개인과 외국인은 2259필지(43.3%), 주식회사·재단법인·종교단체·종중·비법인사단 등 민간단체는 241필지(4.6%), 개인 또는 법인이 신탁사에 맡긴 토지는 167필지(3.2%)로 집계됐다. 정확히 51.1%의 토지주가 민간이다. 공공성을 내세운 그린벨트 해제가 결국에는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구의 투기 근절을 위해 '예방·적발·처벌·환수'라는 4대 영역의 투기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시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해제 지구와 인근 지역 내 최근 5년간 거래 내역 5335건 중 이상 현상이 확인된 1752건에 대해 불법성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또 해제 지구와 주변 지역을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성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개발 행위도 제한된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내곡동·세곡동 5213필지의 필지별·면적별 소유자 분포도

"집값·환경에 악영향…투기 차단도 역부족"

그럼에도 투기 세력을 전격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있다. 그린벨트가 지정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갖은 투기 수법이 만들어졌고, 그린벨트 토지 소유에 따른 농지법상 영농 의무도 피해갈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김윤재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린벨트 토지를 오랫동안 보유하며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투자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토지를 불법으로 임대하고 자기가 경작하는 것처럼 맞춰 놓으면 결국 노력 없이 시세차익만 가져가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환경 측면에서도 그린벨트 해제의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생물 다양성을 책임지는 습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존 습지를 흙으로 메워 도시로 개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또 추가로 주거 단지를 만들어 내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실련도 가세했다. 정부의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집값 안정 효과 없이 오히려 집값 상승, 투기 우려 등 여러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그린벨트 해제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대한민국 지속 가능성마저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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