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트럼프 vs 해리스…승자에 따른 섹터별 주가 영향은?[오미주]
미국 대선이 5일(현지시간) 실시되면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관심을 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이에 대해 정치가 성공적인 투자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 역사를 돌아봤을 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선이 끝나면 증시는 일반적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샤프 인베스트먼트의 사장인 브라이언 크라베츠는 "카멀라 해리스 부동령이 승리할까 봐, 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까 봐 두려워 숨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실은 내일은 해가 떠오를 것이고 주식은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좋은 대상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배런스는 대선 결과가 전체 증시에 미치는 영향보다 섹터별 영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에 따라 각 섹터별로 받는 영향이 서로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의 섹터별 주가 상승률을 조사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때 각 섹터에 미치는 서로 다른 영향을 분석했다.
기술업종은 최근 수년간 반독점 이슈와 관련해 미국 규제당국의 주목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알파벳의 경우 구글이 불법적인 독점력을 행사해왔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밸러드의 수석 부사장 겸 기술 투자팀장인 데이브 스미스는 "반독점 리스크는 특정 주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조시켜 주가수익비율(PER)이 더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캠프나 트럼프 캠프 어느 쪽도 기술산업의 반독점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술산업 정책과 관련해 "AI(인공지능)와 디지털 자산과 같은 혁신 기술을 장려하는 동시에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새로운 길을 전개하는" 전략을 통해 경쟁과 혁신의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비용이 많이 들고 부담이 되는 규제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기술산업 중에서도 반도체산업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와 의회가 국가 안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온 분야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친화경 정책과 전기차 구매시 부여하는 세제 혜택을 지금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해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까지 포함해 모든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더 많이 생산하는 GM과 포드가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GM과 포드는 스텔란티스에 비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비중도 낮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타격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울프 리서치의 에마뉴엘 로스너는 테슬라의 경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긍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전기차 친화적인 정책의 수혜를 입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멕시코에 공장이 없다는 점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이의 친분 때문에 덕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테슬라의 무인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제당국의 승인이 좀더 용이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만큼 곤경에 빠지면서 테슬라가 CEO 리스크를 경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석유 시추가 더 많이 이뤄지기를 원하며 석유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석유 주식이 즉각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육성 정책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주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는 현재 미국의 제1 수출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보복 조치로 미국산 석유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 결과 미국산 석유의 중국 수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전례가 있다.
배런스는 석유 관련주의 경우 누가 대통령이 되든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세계적으로 생산량은 많은데 수요 증가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이란간 분쟁이 확대되는 등 지정학적 충격이 없는 한 유가는 약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등 청정에너지의 경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명암이 분명히 갈린다. 해리스 부통령은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계속 시행할 방침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폐지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IRA가 전면 폐지되면 IRA에 따라 공장 건설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원자력 에너지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원전 관련주는 원전이 AI 시대의 대안 에너지로 각광 받으면서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앤드류 퍼코코는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대선 이슈로 하락하면 매수 기회라고 추천했다. 시대 흐름상 청정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태광양 업체인 퍼스트 솔라와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넥스트이러와 AES, 에너지 장비 제조업체인 GE 버노바, 연료전지 회사인 블룸 에너지 등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정책이 효과를 발하며 미국 내 제조업 고용이 확대됐고 이러한 추세는 바이든 행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수입품에 전면적인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한다면 이는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를 불러와 미국 제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남방항공은 미국 보잉의 큰 고객사인데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보잉 항공기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 게다가 보잉은 유럽에는 제조시설이 없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사이에 관세 이슈가 불거질 경우 유럽에서도 판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편, 5일 오전 10시에는 미국 서비스업 경기를 보여주는 10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지수가 발표된다. 장 마감 후에는 회계 조작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AI 서버업체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가 실적을 공개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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