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아마존 활명수’ 배우 진선규

이원 기자 2024. 11. 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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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스(류승룡+진선규)’ 또 뭉쳤다…뽀글머리 진선규, 웃음도 감동도 ‘명중’

- ‘극한직업’ 5년 만에 콤비 재회
- 신이 내린 궁사 아마존 부족과
- 양궁대회 나가는 코미디 활극

- 한국계 볼레도르인 3세 빵식役
- “파마 하고 유튜브로 말투 익혀
- 포르투갈·과라니어도 외웠죠”

- “브라질 현지 촬영 고난의 행군
- 부족들 생생한 모습 담아 만족”

2019년 류승룡과 함께 출연한 ‘극한직업’으로 천만 흥행의 기쁨을 맛봤던 진선규가 5년 만에 류승룡과 다시 뭉친 ‘아마존 활명수’(개봉 10월 30일)로 다시 흥행 사냥에 나섰다. ‘극한직업’은 1626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박스오피스 2위이자 한국 코미디 영화 1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일명 류진스(류승룡+진선규) 콤비에 기대가 모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여기에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에서 특별한 상황을 만드는 데 일가견을 보인 배세영 작가, 리얼타임 긴장감을 보여준 ‘발신제한’의 김창주 감독이 의기투합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진선규는 “엄청 떨린다.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기도 하고, 승룡이 형이랑 같이 하니 많은 분의 기대치가 높아 굉장히 설렌다”다며 조금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아마존 활명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 영화다. 볼레도르는 가상 국가의 이름이다. 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인 양궁과 채집과 사냥을 하는 아마존 원주민을 결합해 독특하띈다. 진선규가 한국계 볼레도르인 빵식 역을 맡았다.

▮빵식 캐릭터에서 느낀 매력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 역을 맡은 진선규.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진선규는 자신을 대중에게 알린 영화 ‘범죄도시’를 시작으로 영화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 ‘달짝지근해: 7510’ ‘전, 란’과 드라마 ‘킹덤’ ‘몸값’ ‘악귀’ 등에서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다채로운 연기 세계를 보여줬다. ‘아마존 활명수’에도 그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빵식이 아닌, 캐릭터 안에 페이소스를 담는다. 진선규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보자마자 너무 재미있었다. 배 작가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고, 진봉 역에 승룡이 형이 캐스팅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로 하고 싶기도 했다”는 심정을 전했다.

물론 자신이 연기할 빵식 캐릭터도 욕심났다. 그는 “배우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자신이 연기할 배역을 상상하게 되는데, 빵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재미있는 설정이고, 코믹한 모습도 보이지만 시나리오 자체는 휴먼 코미디에 가까웠기 때문에 승룡이 형과 같이 그런 면을 살려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고 류승룡과 함께 ‘코미디’뿐만 아니라 ‘감동과 메시지’도 주고 싶었던 마음을 밝혔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까불거리기도 하는 외향적인 빵식이가 자신과 상반되는 성격이어서 더욱 매력적었다. 진선규는 평소 자기 가치관이나 앞으로 살아갈 자세를 보면 ‘전, 란’에서 연기한 김자령과 비슷하다고 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끝까지 지키려는 신념을 지닌 양반 출신 의병장 김자령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빵식은 자신과 정반대 인물이었다. 그는 “스크린이나 무대에서 저와 비슷한 모습을 계속 연기한다면 재미없을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저렇게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배우 진선규의 바람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빵식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

사실적인 혼혈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뽀글 파마’를 한 진선규.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진선규는 자신이 처음 맡은 한국계 볼레도르 3세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게 노력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진짜 외국분이 이 역할을 하는 것처럼 해 보고 싶었다. 외형적인 면에서 그쪽 피가 섞인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진짜 빠글빠글하게 파마를 했고, 피부 색깔도 분장이 아니라 탄 얼굴 그대로였다. 달리기를 하면서 일부러 얼굴을 태웠고, 다행히 ‘전, 란’ 때도 까무잡잡한 모습이어서 괜찮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말투를 배우기 위해선 유튜브 영상을 참조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방송하는 유튜브를 많이 봤고, 특히 전 농구선수 전태풍 씨의 유튜브를 많이 봤다. 그런 영상을 보며 연습을 하고, 이후 빵식의 스타일에 맞게 바꿔 나갔다.”

그런데 가장 큰 숙제가 된 것은 언어였다. 빵식이 통역사이기 때문에 가상 국가인 볼레도르에서 쓰는 포르투갈어와 원주민 언어를 배워야 했다. 특히 원주민 부족의 언어는 그냥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파라과이 북쪽에 현존하는 부족이 쓰는 과라니어였다. 진선규는 “우리나라에서 과라니어를 하시는 분이 한 분 계신다. 한국인과 결혼한 파라과이 분인데, 대구에 계신 그분이 녹음해 준 것을 계속 들으며 외웠다”며 너무 생소한 언어라 틀리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음을 덧붙였다. 물론 더욱 능숙하게 발음해야 했던 포르투갈어 대사도 쉽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이는 빵식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진선규는 “한국계 볼레도르 3세 빵식은 할아버지가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 한국인 의식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서 1년 정도 지내며 한국 문화를 접했고, 한국 문화를 좋아해 통역사와 유튜버로 활동한다는 설정이다”며 “그런 전사가 영화에서 빠지면서 빵식이가 유튜버가 된 것이 조금 뜬금없거나 희화화되는 것 같다”고 영화 흐름상 빵식을 설명하는 장면이 빠진 것을 아쉬워했다.

▮험난했던 브라질 촬영

양궁과 아마존 전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아마존 활명수’.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아마존 활명수’ 팀은 진봉이 볼레도르에서 양궁 선수들을 찾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브라질 촬영을 감행했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위치한 촬영지를 찾아가는 것부터 고난의 행군이었다. 진선규는 “비행기를 두 번 경유해서 36시간 만에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거기서 우리 촬영지가 있는 마나우스의 원주민 마을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4시간 타고, 보트를 1시간 타야 했다. 지구 반대편이었고, 가는 길이 아주아주 멀고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만일 외국인 보조출연자분들과 한국에서 촬영했다면 지금처럼 느낌이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 부족으로 출연하는 분들은 실제 아마존 부족이다. 현지 촬영이 아니었다면 가만히 앉아 있거나 우리를 그냥 쳐다보고, 아이들이 순수하게 웃고 하는 모습을 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힘들었던 만큼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한 모습을 담을 수 있었음을 전했다.

현지에 갔기 때문에 느꼈던 또 한 가지가 있다. 진선규는 “저희가 갔을 때 건기였다고 하지만 아마존이 말라 수심이 12m나 내려가 있었다. 아마존 부족 마을에 배를 타고 가는데 쫙 말라 있었다. 아마존 원주민도 밟지 못할 정도로 땅이 뜨거워지고 너무 마르는 것을 너무나 신기해하면서도 큰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직감하고 있었다”고 환경오염과 난개발이 자연에 많은 폐해를 끼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음을 밝혔다.

한편 활로 사냥을 하다가 볼레도르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원주민 3인은 브라질 배우를 캐스팅했다. 진선규는 “브라질 친구들이 우리와 똑같이 36시간을 와서 오자마자 액션스쿨 가고, 우리와 리딩을 했다.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밝아 금세 친해졌다. 쉬는 날엔 서울의 유명한 장소나 카페를 다녀 나중에는 우리보다 더 많이 알아서 저보고 가보라고 할 정도였다. 한국 촬영 마치고 한 달 뒤 브라질 촬영 가서 다시 만났을 때 엄청 반가웠다”며 이들이 10개월 뒤 한국을 찾아 예능 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촬영했고, 최근 방송됐다는 후임담을 곁들였다.

브라질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보인 진선규는 ‘전, 란’에서 통역병 소이치로를 연기한 후배 고한민에 대해서도 자랑했다. 그는 “고한민 배우는 오래전부터 좋아한 후배다. 12년 전 독립영화 ‘개들의 전쟁’ 오디션을 같이 봤고, 배우의 끈을 놓지 않고 옷 배달, 과일 깎는 청과 시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사는 친구다. 제가 ‘전, 란’ 오디션에 그 친구를 추천했고, 일본어를 잘해 소이치로 역을 맡았다. 원래 통역병은 몇 마디밖에 없었는데 첫 리딩 때 엄청 준비를 잘해와서 분량이 엄청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란’으로 그 친구가 주목받았고, 처음 단독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 란’은 나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 작품이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따뜻함을 잃지 않는 진선규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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