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신경외과 레지던트, 국제 학술지에 “한국 의료계 떠나기로 한 이유”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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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대해 사직한 한 신경외과 전공의(레지던트)가 국내를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를 국제 학술지를 통해 밝혔다.
문정기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사직 전공의는 최근 세계적 의학 학술지 'Lancet(랜싯)'의 자매지 'The Lancet Regional Health(더 랜싯 리저널 헬스)' 11월호에 '내가 한국 의료계를 떠나기로 한 이유'라는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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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대해 사직한 한 신경외과 전공의(레지던트)가 국내를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를 국제 학술지를 통해 밝혔다.
문정기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사직 전공의는 최근 세계적 의학 학술지 ‘Lancet(랜싯)’의 자매지 ‘The Lancet Regional Health(더 랜싯 리저널 헬스)’ 11월호에 ‘내가 한국 의료계를 떠나기로 한 이유’라는 글을 게재했다. 문 씨는 "2024년 2월까지 한국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했었다"며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66% 확대 계획 발표로 사직한 90% 이상의 레지던트 중 한 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더 랜싯 리저널 헬스는 지역별 건강 문제·보건 정책·보건 시스템에 대한 연구 결과, 의견 기고 등을 다룬다.
문 씨는 "뇌를 수술하는 의사라는 점에 끌려 레지던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수술하고 수술 후 집중적인 관리를 제공하며 생명을 구하는 일로, 엄청난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살린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고마운 마음이 전해져 큰 만족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부의 근거 없는 의료 개혁에 항의하며 사직했다"면서 "정부의 행정명령(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의사 면허는 수련 병원에 묶이게 됐고 다른 병원에 일반의로 취업할 수도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반의는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딴 의사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전문의 자격은 없지만 개원할 수 있다.
문 씨는 "정부는 고생 끝에 딴 의사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협박했고, 5개월 간의 정체기 후 7월 중 사직이 공식적으로 처리됐다"면서 "현재 비수련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사직 전공의는 지난 8월부터 요양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문 씨는 이번 사태로 의사를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생겼고 의사와 환자 간 신뢰에 금이 갔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요 언론들은 사직한 레지던트를 범죄자와 배신자로 묘사하며 우리가 ‘금전적 이익을 위해 환자를 버렸다’고 비난했다"면서 "의사들에 대한 적대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레지던트 시절 돌봤던 환자들이 나를 기회주의자로 볼까, 그들을 진정으로 도왔다는 믿음이 바보 같은 것이었나"라며 "다시는 환자들과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없을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문 씨는 "한국의 보편적 의료 시스템은 지속 가능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전공의의 노동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지만,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러 잠재적인 보험료 납부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건강보험 재정은 5년 이내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 의사, 의대생, 국민이 국가 의료의 미래 방향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의료 개혁의 흐름을 봤을 때 의사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될 것이라는 희망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문 씨는 "정부의 의료 개혁 발표 이후 많은 한국의 의사들이 해외 근무를 고려하게 됐다"며 "나 역시 많은 고민 끝에 보다 안전하고 존중받을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임상 환경을 찾기 위해 한국의 의료 시스템 내에서의 의사의 역할을 포기하고 해외로 이주할 준비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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