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푸틴, 北최선희 만나 "김정은 잘 되길 빌어"

사진=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예고 없이 만났습니다. 휴일임에도 만난 것은 북한의 파병과 관련한 푸틴 대통령의 '특별 대우'로 풀이됩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러시아를 실무 방문 중인 최선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외무상을 맞이했다"고 밝혔습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은 최 외무상을 반갑게 맞이하며 악수를 청했고, 약 1분간 손을 맞잡은 채 대화를 나눴습니다. 최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면담 시간을 내준 것에 감사를 표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따뜻하고 우호적인 인사'를 전달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라고 통역을 통해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이 러시아 공휴일인 '국민화합의 날'이라고 언급하며 "휴일에 친구를 만나는 것은 아주 좋은 전통"이라며 최 외무상을 반겼습니다. 최 외무상이 전달한 안부 인사에 푸틴 대통령은 "그(김정은 위원장)의 일이 잘되기를 빈다"고 화답한 뒤 최 외무상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이 마주 앉은 탁자에는 북측 인사 1명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이 배석했습니다.

앞서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지요. 예고 없이 마련된 이번 회동은 북한의 파병에 따른 푸틴 대통령의 '특별 대우'로 해석됩니다.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군 파병 문제 외에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답방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긴밀해진 북러 관계를 과시한 이번 회동이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양측이 미 대선 결과에 대한 북러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과 대북 관점이 판이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다른 국가 외무수장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닌 만큼 이번 회동은 북한군 파병을 둘러싼 국제사회 우려 속에서도 북러 관계가 깊어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이날 미국 정부는 최소 1만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조만간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