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위 1년 조사 끝에…‘이충상의 직장 갑질’ 보고서 나왔다
재산등록 과정서 담당 직원에 불이익 압박
인권위 감사 결과 “권한 남용·부당 요구 확인”
현재 괴롭힘 진정사건 심의하는 소위원장 맡아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간의 조사를 거쳐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인권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감사보고서를 만든 일은 인권의 최후보루로서 인권위다운 일이다. 조사에 1년이나 걸렸음은 그 과정에서 얼마나 어려움이 있었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감사를 통해 부적절한 언행이 확인된 인권위원이 4명의 피해자에게 잘못을 떠넘기고 오히려 비난하는 일은 인권위답지 않다. 게다가 해당 인권위원은 직장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진정사건을 심의하는 인권위 소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인권위는 지난 7월 이충상 인권위원과 관련해 제기된 갑질 사례를 조사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사(조사)결과’ 보고서를 완성했다. 다만 보고서는 비공개로,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게만 열람이 허용됐다. 열람한 이들을 통해 전해진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인권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연속보도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이충상 상임위원이 지난 2022년 10월 취임 직후 공직자 재산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줄 듯한 문자를 보내 직원이 압박감을 느끼고 사직서를 내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특별감사를 통해 이충상 위원의 이러한 행동을 권한 남용과 부당한 요구·지시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이충상 위원의 여러 갑질 사례를 조사해 이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사(조사)결과’ 보고서를 1년간의 조사 끝에 완성했고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인권위 감사반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인권위 재산등록 담당자인 피해자가 2022년 10월 이 위원에게 관련 절차를 안내했는데, 그뒤 피해자에게 “또 미스(실수)를 하시면 사무총장님과 담당 국·과장님에게 알리겠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10시까지 답하세요. 그때까지 답이 없으면 적법한 행동을 다 하겠습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불이익이나 법적 조처까지 예고하며 압박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상급자가 ‘제게 연락하고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요청도 무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상급자는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이충상 위원은 ‘피해자가 잘못 말해서 팔 필요가 없던 주식을 팔았다’, ‘피해자가 미리 본인에게 교육 간다고 말하지 않았고 대체업무 처리자가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다’며 화가 많이 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위원은 “(피해자가) 여러 가지로 잘못 안내했고, 내 재산공개에 관해 별로 한 게 없다. 담당 과장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감사반에 진술했다. 피해자는 이 위원의 압박에 “왜 업무 때문에 이런 협박을 당해야 하는지, 제가 저지른 미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이를 철회했다고 한다.
인권위 감사반은 “피해자가 장기간 부재중이고 업무대행자가 있음을 인지한 상황에서 교육 중이던 피해자에게 수차례 연락해 업무를 처리하도록 한 것은 권한을 남용하였거나 부당한 요구·지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차관급인 이 위원과 피해자의 직급·직위 차이가 현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심리적 부담과 고통을 주는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한겨레에 “잘못을 한 직원들의 잘못을 완곡하게 지적한 제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것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비방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가 1년 동안 조사 뒤 완성한 보고서는 모두 80쪽 분량으로, 이 사건 외에도 이 위원이 ‘윤석열차 진정사건’과 ‘노란봉투법 의견 표명’ 등과 관련된 인권위 조사관의 보고서 등을 문제 삼으며 벌어진 일도 담겼다. 이 위원은 인권위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진정사건을 심의하는 침해구제제2위원회 위원장 맡고 있어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인권위는 이 위원이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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