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임기단축 개헌?…'만일의 상황' 놓고 셈법 복잡한 野
'탄핵 어렵다' 현실론 속에 임기단축 개헌 대두
'위헌' 논란 있지만 탄핵 역풍 피할 수 있다는 평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조국혁신당 등 소수 야당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만큼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장외 집회 때도 지도부는 원내 의원들과 당원들이 ‘탄핵’을 입밖에 꺼내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했다. 대신 윤 대통령의 임기단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내 임기단축 개헌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됐다. 민주당에서는 민주당 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임기 단축 개헌 연대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최근 발족했다. 준비모임 의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 2025년 5월까지로 조정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개혁적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개혁신당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왔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는 더 이상 국정 운영의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기 단축 개헌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준비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역사 앞에 이행할 마지막 의무”라고 말했다.
법학자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미 윤 대통령에 임기단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지난 5월 “5년 대통령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면서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임기단축 개헌의 장점은 탄핵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임기단축 개헌의 장점은 탄핵 사유가 필요 없다는 것”이라면서 “(헌법의) 부칙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또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국민투표는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파면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탄핵을 진행하면서 겪을 국정공백 등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임기단축 개헌의 장점으로 거론했다.
탄핵 역풍 염려하는 민주당, 임기단축으로 기우나
임기단축 개헌이 공론화된 데에는 여당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기억하고 있어 탄핵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탄핵에 협조했던 여당 의원들 상당수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여당에서 이탈표가 다수 나온다고 해도 헌법재판소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성향상 탄핵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그는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인데 야당 몫 2명을 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미룬다면 인용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탄핵 사유가 드러나지 않은 점도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의혹만 갖고 탄핵을 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면서 “민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에 새로운 돌파구를 주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에 거리를 두는 눈치다. 장외 집회는 물론 국회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탄핵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때 일었던 임기단축 개헌에 대한 위헌성 시비도 ‘가능하다’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임기단축 개헌을 반대했던 법학자들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중임을 막는 헌법 제 128조를 소급 적용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임기단축 시도는 위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는 “헌법 128조는 종신집권을 막으려고 가이드라인을 쳐 놓은 것”이라며 “(대통령의) 임기 단축은 당시 헌법 개정권자들의 의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헌법을 고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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