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野 상법 개정, 과도한 기업 부담·주주간 갈등 우려"
국정성과와 향후 과제 설명
반도체 산업엔 인프라 지원
직접 보조금 지급엔 부정적
상속세, 유산취득세로 변경
원전 운전허가 20년으로 확대
대통령실은 5일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주주 간 갈등 이슈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이 여야에서 잇달아 발의된 데 대해서도 "인프라스트럭처 지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성태윤 정책실장 주재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 성과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언론에 그간의 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 셈이다. 이 자리에는 성 실장을 비롯해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기수석,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등이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주장해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는 대신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과 관련해 당내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예고하며 금투세 폐지를 조건으로 대주주 견제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이날 성 실장은 "기업의 가치를 높여서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데엔 이의가 없지만, 지금 제기되는 상법 개정이 최선인지는 확신이 어렵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이어 "실제로 주주가 어려움을 겪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핀포인트로 고쳐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명확하게 주주의 이해관계를 해치는 부분에 대해 규정하고 이 부분을 엄격하게 제어하는 그런 형식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역시 "다양한 주주들에 대한 일반론적 충실 의무는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의 여지가 많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또 상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온다. 특히 이사충실 의무 확대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여당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성 실장은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데 대해선 "연말이 되면 세 부담이 현실화되는 이슈가 존재해서 주식시장이 전반적 하락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령실에서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대대적 개편 필요성을 역설한 상속세·증여세에 대해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제는 거의 1950년대에 만들어졌고, 우리와 같은 세금체계는 현재 4개 국가 정도"라며 "유산취득세 형태로 바꿔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고 재차 밝혔다.
성 실장은 이어 "유산취득세로 바꾸기 위해선 세금체계 자체를 좀 더 분석하고 전반적으로 접근해야 되는 부분이 있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계속해서 하반기에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세로의 전환 이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세금제도가 합리적으로 개편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 근거를 담은 특별법이 여러 건 발의된 데 대해 성 실장은 "직접적인 보조금을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다른 인프라스트럭처 지원을 하는 것이 나을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된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인프라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선 반도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명시하거나 의무화하는 법률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에선 보조금 지급 의무화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수준의 임의 조항을 포함하는 방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실장은 현재 내수가 부진한 이유를 높은 외식물가와 고금리 두 가지로 짚으며 △물가 안정화 작업을 통한 추가 금리 인하 환경 조성 △자영업·소상공인 대상 비용 지원 강화 △낙수효과 활성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최근 미국·프랑스 등의 이의신청 공세를 받은 체코 원전수주 현황에 대해서 박춘섭 경제수석은 "체코 반독점당국이 (이의 제기를) 1차 기각한 상태고, 항소하게 되면 추가 검토를 거쳐 내년 1월 정도엔 최종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체코 원전 본계약은 내년 3월까지이기에 이후 계약엔 전혀 문제없다"며 선을 그었다.
성 실장은 원전 생태계 복원과 관련해 "앞으로 원전 일감을 11조원 이상 공급하겠다"며 "SMR(소형모듈원전)을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 허가 기한도 최대 20년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모두 안심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연내 마련하겠다"며 "의료 정상화를 위해 건강보험과 의료질서를 왜곡하는 비급여 실손보험 개선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정책 5대 과제를 제시하며 △4+1개혁 완수 △민생의 변화, 서민·중산층의 새로운 시대 구현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역동경제 △국민 누구나 걱정 없이 누리는 소중한 일상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 등을 들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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