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해리스 찍은 여성들…폭스 뉴스 “불륜과 같아”

김원철 기자 2024. 11. 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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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여러분의 투표를 알 수 없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역사적인 성별 격차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많은 여성들이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주고 있다.

경합주와 공화당 강세 지역 내 여성 화장실에는 "당신이 해리스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아도 됩니다!" 등이 적힌 손글씨 포스트잇이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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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지지자’ 영향에 촉각
친트럼프 매체는 격한 반응
지난달 19일 줄리아 로버츠가 클리블랜드의 로켓 모기지 필드하우스에서 열린 제39회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누구도 여러분의 투표를 알 수 없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역사적인 성별 격차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많은 여성들이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주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적극 공략하는 메시지를 정치 광고와 연설에서 설파 중이다.

최근 민주당이 송출하기 시작한 광고는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광고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을 것으로 기대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투표장에 들어간 아내가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광고는 “당신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다”라며 소신껏 해리스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한다.

이런 여성들은 주로 보수적인 중서부 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엔피알(NPR)은 4일(현지시각) 중서부 주에 거주하는 복수의 여성들의 사연을 내보냈다. 모두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익명을 요청했다. 위스콘신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남편과 다툼을 피하려고 다른 가족의 집으로 가 우편투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평생 공화당에 투표해왔다는 그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입장을 바꿨다. 그는 트럼프를 “여성 혐오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중서부의 보수적인 주에 사는 여성도 비슷하다. “남편은 내가 공화당에 투표할 거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정치적인 얘기를 할 때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조카딸들은 내가 그 나이일 때보다 자기 몸에 대한 자율성이 적구나.’”

일리노이에 거주하는 35살 여성도 종교 공동체의 반발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2016·2020년 모두 트럼프에 투표한 그는 고민 끝에 이번에는 해리스에게 투표하기로 했다. 남자친구와 공화당원인 아버지가 자신의 투표를 알게 될지 두려워 투표를 망설였다고 한다. 그는 “투표 결정을 내릴 때 딸들을 생각했다”며 “‘그래, 너 잘했어. 너 자신과 많은 여성들을 위해 정말 큰 일을 했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경합주와 공화당 강세 지역 내 여성 화장실에는 “당신이 해리스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아도 됩니다!” 등이 적힌 손글씨 포스트잇이 붙고 있다. ‘조용한 지지자’를 자극하겠다는 포석이다. 중도 성향의 백인 여성에게 진보적 이슈를 홍보하는 단체인 갤버나이즈 액션의 재키 페인 전무 이사는 엔피알에 “여성이 정치적 의견을 비밀로 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중도 성향의 백인 여성들은 갈등을 정말 싫어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보수 논객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주의 가치를 젊은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는 싱크탱크인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의 찰리 커크는 “이런 투표 행태는 남편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미국 가정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 뉴스의 간판 진행자 제시 워터스는 “불륜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가마라는 엔피알에 “과거에는 정치학자들이 ‘샤이 트럼프’ 현상에 주목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포커스 그룹 중 ‘은밀한 해리스 지지자’가 있다. 주로 임신중지권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엔피알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해리스에게 몰래 투표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수의 침묵하는 유권자들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아이오와 주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 결과도 나이 많은 무당파 성향 여성들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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