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2.0] 美 환경규제로 멈춘 공장 … 삼성DNA 이식, 수출길 다시 열어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4. 11. 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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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산업용 공조 만드는 에어메이저
삼성 스마트 공장 지원받아
냉매보관소 외부에 설치하고
설비 변경해 규제문제 해결
투자비 절감, 생산성도 93%↑
3년내 매출 500억 달성 기대
김영태 에어메이저 대표(오른쪽)가 최근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과 함께 인천 서구에 위치한 에어메이저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기존 공장에서 신냉매를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 삼성전자를 만난 건 저로선 큰 행운이었습니다.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한 이곳에서 연 매출 500억원의 기업으로 우뚝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습니다."(김영태 에어메이저 대표)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기계를 만드는 공조 회사에서 '냉매'는 한식집에서 '쌀'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공조 회사 기술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냉매를 어떻게 잘 보관하고 안전하게 다루느냐다.

산업용 공조기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에어메이저는 업력이 25년 된 강소기업이다. 산업용 칠러나 에어컨, 제습기를 만들어 완성차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납품해왔다. 공장에서 가동되는 기계에는 반드시 열이 발생하는데 에어메이저는 자체 기술력으로 이 열을 낮추는 산업용 공조기기를 수십 년간 생산·공급하며 연 매출 300억원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회사는 큰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 수출 관련 법적 규제가 새로 생기면서다. 매출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는데, 에어컨을 수출하려면 글로벌온난화지수(GWP)가 700 이하인 신냉매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신냉매를 쓰려면 건물구조부터 생산설비 배치까지 모든 게 달라져야 했다. 기존 공장 문을 닫고 새로운 곳으로 반드시 이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존 공장의 냉매 관리 시스템으로 더 이상 사업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유경형 에어메이저 제조부 이사는 "신냉매는 가연성이어서 반드시 보관소를 생산 공장 밖에 둬야 한다"며 "냉매 보관소와 인근 건물의 거리도 17m 떨어져야 했는데, 새로운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창사 이래 가장 큰 도전을 맞게 된 에어메이저의 손을 잡은 건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사업단이었다. 삼성 멘토단과 상의 끝에 기존 인천 1·2공장을 정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인근에 신공장을 마련하기로 했고, 새 설비를 구축하는 데 삼성전자 스마트 공장 위원 11명을 투입했다.

김영태 에어메이저 대표는 "설계부터 양산 가동, 안정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멘토단의 큰 도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멘토단은 기존 생산설비를 뜯어고치는 데 더해, 공장 용지 자체를 옮겨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부담감이 컸다. 무려 179번이나 설계를 변경했을 만큼 치밀하게 스마트 신공장을 준비했다.

우선 냉매 보관소를 공장 밖으로 뺐다. 별도 안전 시설까지 갖췄다. 삼성전자 멘토단의 철저한 법적·환경적 검토가 뒷받침됐다.

내부 설비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에어메이저는 기존 5개 생산설비를 신공장에 그대로 도입했을때 생기는 동선 비효율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 멘토단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라인을 3개로 줄였다. 대신 여러 제품을 혼용 생산할 수 있는 '플렉시블' 복합 생산 설비를 만들었다.

실질적으로는 6개 라인을 가동하는 효과를 만들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과거 5개 라인을 가동했을 때 최대 완제품 생산 대수가 96대였는데, 설비 구조를 효율화하니 생산 대수가 185대로 늘었다.

외부 컨설팅 업체 의뢰 비용을 아낀 데다, 생산 설비 최적화 등 유무형의 가치를 환산하면 약 9억2000만원의 비용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김영태 대표는 "생산 최적화 작업으로 새로운 설비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공조기기 대수가 93% 많아진 효과"라며 "공사 일정도 두 달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장의 안전성도 더욱 높아졌다. '삼성 DNA'를 이식한 결과다. 모든 생산설비에 버튼을 두고 기기 이상 작동 시 곧바로 최고 관리자에게 긴급 알림이 뜨는 시스템이 생겼다. 생산설비 간 간격도 넓어지면서 작업자의 신체적 피로도가 더 낮아졌다.

물류 시스템도 자동화했다. 창고 모든 칸막이마다 붙여둔 큐알코드를 인식하면 남아 있는 재고 물량을 포함한 여러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수백 ㎏의 짐을 편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스마트대차도 개발했다.

에어메이저는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기존 공장용 제어반용 에어컨과 공조기기에서 나아가 전기차 충전기 과열 방지 칠러, 에너지저장장치(ESS) 온도제어기, 소형 데이터센터용 칠러 등 신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새롭게 세웠다.

김 대표는 "현재 캐시카우는 생산 설비용 칠러와 에어컨이지만, 향후 더욱 성장할 전기차 충전기와 ESS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발판으로 현재 380억원대인 매출을 3년 내 500억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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