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잇세컨즈, 화려한 부활
지난해 3천억원대로 반등
이서현 사장 컴백, 성장 지속
K팝·판다 협업 MZ 공략 성공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사진)이 이끄는 '에잇세컨즈'가 불황을 뚫고 부활해 주목된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에 1000억원대로 떨어졌던 매출이 최근 큰 폭으로 반등하는 등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캐주얼 SPA 브랜드다. SPA란 의류 기획부터 디자인·생산·유통·판매까지 일원화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5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에잇세컨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잇세컨즈는 지난 4월 경영 일선에 6년 만에 복귀한 이 사장이 2012년에 직접 출시한 브랜드다. 일본 대표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이 사장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에잇세컨즈에 갖는 애정이 남다를 것이라는 이유로 이 사장이 패션부문, 특히 에잇세컨즈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때마침 시기도 적절했다. 론칭 초기인 2015~2016년 에잇세컨즈는 투자 대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해 삼성물산 영업손실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엔데믹 이후 반등하며 본격적으로 상승 궤도에 올라섰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SPA 브랜드에 대한 고객 선호가 늘어난 덕분이다.
실제로 2019년 1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던 에잇세컨즈의 매출은 지난해 3000억원 수준으로 4년 만에 3배가량 성장했다. 에잇세컨즈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30%였고 2022년에는 30%, 2023년에는 10% 이상 늘었다. 올해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부진한 상황이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에잇세컨즈는 선방하고 있다.
또 에잇세컨즈 반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준서 패션부문장(부사장)이 계속 패션부문 실무를 맡아 이 사장과 손발을 맞추며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이 사장이 복귀한 지난 4월부터 에잇세컨즈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 리뉴얼과 확장 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방문 빈도가 높은 상권에 신규 매장을 개점하면서 해외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진출 초석을 닦고 있다. 이에 2021년 62개였던 매장 수는 2022년 69개, 2023년 71개, 올해 들어선 78개로 늘었다.
에잇세컨즈 반등의 이유로는 주요 고객인 10·20대 젊은 층을 겨냥한 활발한 마케팅 전략이 꼽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인 만큼 10·20대 고객 선호가 높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과 협업을 강화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며 젊은 층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K팝이나 K캐릭터와의 협업이다. 한류 기반 팬덤을 활용하는 마케팅을 적극 진행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들의 이목까지 사로잡고 있다.
일례로 올해 에잇세컨즈는 젊은 층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밴드 '데이식스(DAY6)'와 브랜드 캠페인에 나서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월드 클래스 모델 '신현지',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서 '레드릭'과 '카프리' 등 MZ세대 사이에서 화제성이 높은 셀럽들과 적극 협업하는 행보를 보였다.
또한 올해에는 작년 히트 상품이었던 판다 가족 '바오 패밀리'와 협업한 상품을 새로 출시했다. 지난해 에버랜드와 함께 출시한 바오 패밀리 협업 컬렉션 판매율이 90%를 넘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 덕이다.
삼성물산은 에잇세컨즈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IR 자료에서도 올해 중점 전략 중 하나가 '에잇세컨즈의 내년 해외 진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에잇세컨즈가 중국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릴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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