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은행서 못 팔게 해야" VS "선택권 제약… 풍선효과 우려"

이창섭 기자 2024. 11. 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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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대책 위한 공개세미나… 은행 판매 제한 두고 소비자 단체·업계·학계 의견 갈려
금융위원회가 5일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에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고난도 금투 상품의 판매 제한 규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ELS(주가연계증권) 등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의 은행 판매 제한을 두고 소비자 단체와 업계·학계 간 의견이 갈렸다. 은행의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를 금지하거나 제한해 대규모 손실 사태의 재연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규제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에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열고 고난도 금투 상품의 은행 판매 제한 규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금융당국과 학계·연구기관, 금융업계와 소비자 단체 등이 참석했다. 홍콩H 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앞서 논의된 다양한 판매 제도 개선안이 이날 공개됐다. 발제를 맡은 이정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 규제로 △은행 판매 전면 금지 △특정 거점점포에서만 판매 △점포 내에서 예·적금 창구와 분리 등 3가지 방안이 앞서 논의됐다.

참석자들의 의견이 가장 크게 갈린 부분은 고난도 금투 상품의 은행 판매 제한이다. 소비자 단체와 일부 학계는 금융 고객 보호를 위해서 은행에서의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은 전통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는 예·적금 취급해왔기에 은행 상품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며 "고위험 투자 상품은 복잡성으로 인해 소비자가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와 은행 간) 물리적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ELS라는 상품은 이익의 상방은 닫혀 있으면서 손실 하방은 열려있는 상품 구조"라며 "IB 업계에서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위험한 전략인데 전문가도 못 하는 이런 상품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권사에서 이미 팔고 있는 상품이라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한다고 보기 어렵고, 은행에서 판매 창구를 분리하는 것도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5일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에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고난도 금투 상품의 판매 제한 규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사진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반면 은행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기보단 거점점포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은행의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한 사례는 해외에서 찾기 어렵다"며 "또 다른 고위험 상품 판매로의 쏠림,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ELS가 풋옵션이 내재된 상품이라 미국처럼 풋옵션 매도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만 판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도 "판매 거점점포를 설정한다면 주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마련될 텐데 지역 역차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균 은행연합회 본부장은 "은행의 고난도 금투 상품 전면 판매 금지는 몇 가지 부작용이 있다"며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이 축소되고 관련 시장이 축소된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 창구를 분리할 경우 고객이 고난도 금투 상품 전담 창구가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창구나 대기표의 색깔을 달리해서 쉽게 눈에 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판매 창구 분리에 더해 판매 대상 제한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고위험 금투 상품 관련 사전 교육을 이수한 자에게만 판매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그에 맞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민 한국소비자보호재단 박사는 "오픈뱅킹 등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은행 창구에서의 판매 금지는 본질적 대안이 아니다"며 "금융사가 대면 판매 규제를 회피하고자 풍선효과로 비대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은행에서 ELS 등 고위험 금투 상품을 판매하는 게 맞냐는 것"이라며 "매주 한 번씩 TF에서 무수히 토론해도 당국도 결론 내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진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고난도 상품 특성상 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면 어디까지 제한을 강화해야 하는지 선제적으로 알기가 어렵다는 게 고민"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날 논의된 방안을 종합해 최종적인 판매 제도 개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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