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처리하고 돼지도 도축…로봇 '3D 인력난' 해결사 됐다 [긱스]

김주완 2024. 11. 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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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로봇 스타트업
로보스, AI로 돼지 형상 학습
"도축장 공정 90% 무인화 가능"
큐라코는 간병인 대체 로봇 개발
급식 조리, 폐배터리 해체 등
산업용 로봇 영역 무한 확장
글로벌 가동 규모 428만대
VC, 실적 없어도 적극 투자

국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0년 32.9㎏에서 지난해 60.6㎏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돼지 도축장은 같은 기간 73개에서 오히려 66개로 감소했다. 현장 인력이 부족한 영향이 크다. 도축 일은 힘들고 위험해 직원을 뽑는 게 만만찮다.

로봇 스타트업 로보스는 생체비전 인공지능(AI) 기술로 도축 공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만성적인 도축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박재현 로보스 대표는 “AI가 전국에서 300만 개 이상의 돼지 형상을 학습해 도축장 전체 공정의 90% 정도를 무인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토 넓히는 로봇산업


최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크게 늘었다. AI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영향이다. 특히 유해 환경이나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에서 활약하는 로봇이 부쩍 많아졌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 9월 내놓은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산업용 로봇 가동 규모는 428만1585대다. 1년 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분야는 스타트업이 활약하고 있다. 큐라코는 대소변 처리 로봇 ‘케어비데’를 개발했다. 케어비데는 거동이 불편해 누워 지내야 하는 환자의 대소변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로봇이다. 환자가 누운 채 대소변을 누면 센서가 작동해 빨아들인다. 비데 기능이 작동해 환자의 둔부를 물로 닦고 말리는 기능도 제공한다. 오물 수집통에 모인 대소변은 하루에 한두 번만 치우면 된다.

이훈상 큐라코 대표는 “보통 간병인 두 명이 기저귀를 교체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엔 수치심도 느낄 수 있다”며 로봇을 개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3D 업무도 ‘척척’

디든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은 철제 환경 작업에 특화된 산업용이다. 위험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각종 검사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벽과 천장 등의 복잡한 장애물을 넘나들며 안정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는 “최근 산업 현장에선 산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인력난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람 작업자를 위해 안전장치를 설치하면 작업 속도가 느려지고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한국로보틱스는 볶음, 튀김 등을 조리할 수 있는 급식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안동욱 한국로보틱스 이사는 “학교 급식을 보면 하루에 500인분 이상의 대량 조리로 직원이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최근 조리 현장에선 발암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가 있어 작업자의 건강도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로보틱스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로 서울의 한 중학교에 급식 로봇을 설치했다. 로봇 4대로 730인분의 튀김, 볶음, 국 등을 모두 자동화했다.

토트는 로봇으로 전기차 폐배터리를 해체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존 사람의 작업 방식을 모방하고 다양한 예외 상황에서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해 학습하는 방식으로 로봇의 성능 수준을 높였다. 이상형 토트 대표는 “현대자동차 코나를 기준으로 하루에 50대, 1년에 1만2250대가량 해체하고 그 과정에서 인력은 기존보다 90% 이상, 비용은 70% 이상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콘토로로보틱스는 AI 로봇으로 화물 하역이나 적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윤영목 콘토로 대표는 “미국에서도 하역 작업이 어려워 관련 인건비가 비싸고 각종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며 “AI 로봇이 물류 처리에 실패하는 때에는 사람이 원격 제어하는 방식으로 현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0원에도 ‘뭉칫돈’

로봇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관련 스타트업 투자도 늘고 있다. 로봇용 AI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스킬드는 올 7월 3억달러(약 4127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아마존세쿼이아 등이 투자했다. 스킬드는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 두 명이 설립한 초기 스타트업으로 아직 매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로봇 스타트업인 피지컬인텔리전스는 최근 4억달러(약 55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오픈AI도 투자했다. 피규어AI는 올 2월 시리즈B(사업 확대) 단계에서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등으로부터 6억7500만달러(약 9173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노르웨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1X테크놀로지스는 올 1월 시리즈B에서 투자금 1억달러(약 1375억원)를 유치했다.

국내에선 LG전자가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AI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약 825억원)를 투자했다.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는 1월 1200만달러(약 165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사업화)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한 대기업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대표는 “최근 뛰어난 성능을 보인 로봇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투자시장에선 ‘AI 다음은 로봇’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며 “그동안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못한 VC들이 유망 기업을 찾으며 로봇 스타트업의 몸값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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