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수 따라 분양가 다르게… 강남에 `육아타운` 짓는다
거주기간 최대 10년 연장 가능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히 분양
정부가 서울 강남권에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2만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를 조성한다. 지난 '8·8 주택공급 대책'의 후속조치로, 아이를 셋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시세보다 20%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장기 전세 주택도 대거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8·8 대책'이 주택 공급대책인 동시에 저출생 문제 해결을 언급한 만큼, 현실적으로 신혼·유자녀 가구의 주거안정을 강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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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과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에 있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가구)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9000가구) △경기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경기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신규 택지 후보 4곳을 발표했다.
서리풀 지구(221만㎡)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권역으로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 GTX-C(양재역)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경부고속도로·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 등 지역간 이동도 편리하다.
'고양대곡 역세권'(199만㎡)은 GTX-A,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 교통 요충지라는 평가다. 대곡역은 복합환승센터 구축으로 교통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키고, 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중점 배치해 상업·문화·생활시설이 연계된 지식 융합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의왕 오전 왕곡'(187만㎡)은 경수대로·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부지에 산업기능 유치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인근에 있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등과 연계한 의료·바이오 산업 유치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군부대로 인해 주변 도심과 단절돼 오랫동안 개발이 되지 못한 '의정부 용현'(81만㎡)은 주변에 개발 중인 법조타운과 기존 도심 등을 연계해 통합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했던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출생률이 급감하자 정부가 '최후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이번 조치로 당장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날 지는 불투명하지만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강남 권역에 육아 친화 타운이 조성되는 것은 큰 의미다.
서리풀 지구에 공급되는 2만세대 중 절반이 넘는 1만1000세대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로 공급, 젊은층과 신혼부부 등에게 우선 공급할 방침이다. 서울시의 '미리 내 집' 모델은 신혼부부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돕고, 자녀 출생에 따라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이 주택은 10년 거주 후 출생아 수에 따라 거주기간을 최대 10년 연장할 수 있고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전환(2자녀 출산 시 90%, 3자녀 출산 시 80% 가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육아 가정의 라이프 싸이클을 고려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교통이 발달해 주거 상급지인 강남지역에 신호부부들을 위한 장기 전세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애초 설계 단계부터 신혼부부만을 위한 소형 주택이 아닌 아기 셋까지 다섯식구가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는 평면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신규택지는 지구 지정 전(前) 보상조사 착수, 지구계획 수립 조기화 등 행정 절차를 단축해 2026년 상반기 지구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주택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신규 택지 지구 및 주변 지역은 토지거래 허가 구역으로 지정해 투기성 토지거래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선제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만큼 서울,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주택 우선 공급을 추진하고 앞으로도 수요가 있는 곳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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