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칼럼] 저항은 시작됐다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2024. 11. 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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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채 상병 의혹에 싸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겐 불법 관저 공사, 명태균 게이트가 더해졌다. 금 가고 물 새던 국정 지지율 20% 둑이 무너졌고, 촛불이 커졌다. 이 살얼음판에 쉬 넘지 못할 ‘대통령의 육성’이 빵 터졌다.

“딱 부러지게 뭘 했다 꼽을 게 없다. V1도 V2도 의혹투성이고, 큰 선거는 다 졌으니, 누굴 탓할 텐가. 대통령 말이 무게를 잃고, 인사는 길을 잃었다. 더 늦기 전, 임기 반환점 앞에, 대통령 부부가 답하고 결단하고 고개 숙일 게 한둘인가. 겸손하고 정직하고 협치하는 권력만이 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경구 열두 자가 스친다. 그때였음을, 늘 지나고서 안다.”(경향신문 8월7일자 ‘대통령다움, 그 무거움에 대하여’)

꼭 석 달 전,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글이다. 그 후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대통령도 나라도 더 나빠졌다. 그 8월 명품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채 상병 의혹에 싸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겐 불법 관저 공사, 명태균 게이트가 더해졌다. 금 가고 물 새던 국정 지지율 20% 둑이 무너졌고, 촛불이 커졌다. 이 살얼음판에 쉬 넘지 못할 ‘대통령의 육성’이 빵 터졌다.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그거(창원의창 공천)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스피커폰이었나 보다. 2022년 취임 전날, 대통령이 정치브로커 명태균과 직통한 음성 파일이 폭로됐고, 그 직후 “선생님, 윤상현(공관위원장)이한테 전화했다. 보안 유지하시라”고 전한 김건희 목소리도 까졌다. 그날로부터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는 대통령의 문제가 됐다. 대선 여론조사까지 조작한 정치브로커가 어떻게 집권당 공천을 사천으로 만들고, 5선 중진을 쥐락펴락하고, 산단 유치까지 활개쳤는지 그 ‘뒷백’과 의문이 풀렸다. 또 그날로 “명태균은 허풍”이니, 녹취록 속 오빠는 “김건희 친오빠”니, “경선 뒤 연락 끊겼다”던 용산 말은 헛껍데기가 됐다. 국감 내내 주목한 김건희 육성보다 한발 먼저 나온 윤석열 육성이 대한민국을 깨웠다.

권력의 속성일까. 2016년 최순실, 2024년 김건희는 닮았다. 공식 직함 없이, 대통령 업고 국사·인사에 개입한 막후 실세였다. 박근혜 추락의 트리거(방아쇠)는 청와대 사전 보고물이 쏟아진 태블릿PC였다. 윤석열을 벼랑에 세운 스모킹건은 그의 육성이 될 게다. 다른 결도 보인다. 도이치 주가조작범(이종호)의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명씨의 공천·산단 로비, 관저 공사 로비설은 다 김건희를 향했다. 과거의 약점이나 연(緣)을 파고든 것 아닌가. 김건희 오지랖과 ‘대통령놀이’가 참 넓고 위험했단 뜻이다.

이 난국에도, 용산은 헛바퀴다. 국민이 들은 ‘대통령의 공천 지시’는 없었단다. 또 청력테스트인가. 그 말이 정치적·상식적으로도 문제없고, 대통령 지지율이 물러난 기시다 총리(13%)보다 높단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사람들은 권력자의 과오와 태도를 함께 본다. 국민 울화 돋우고, 대통령을 더 늪에 밀어넣는 게 이런 ‘윤바라기’들이다. 대통령은 알까. 이 가을 서초동 법조거리에선 조소(嘲笑)가 터진단다. “8년 전 ‘검사 윤석열’이면, 지금 ‘대통령 윤석열’은 끝”이라고.

10점 만점에 2.2점. 경향신문 질문에, 정치학자 30명이 작금의 윤 대통령에 매긴 점수다. 학교라면 ‘F’다. 중앙일보·갤럽 여론조사엔, 74%가 대통령 잘한 일이 없다고 했다. 오마이뉴스·KSOI 조사엔 58.4%가 대통령 ‘중도하차’를 바랐다. 다 빨간불이다. 비단, 나라의 난맥이 이런 숫자뿐일까. 의료대란이 9개월째다. 무인기로 다투던 한반도엔 우크라 불씨도 심상찮다. 대파·사과·상추로 이어진 ‘금~’자 먹거리는 이제 김장 채소란다. 30조 세수 펑크 난 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될 6조5000억을 자르겠다 한 다음날, “지방시대”를 선언하는 웃픈 일이 벌어졌다. 왜 2년째 부자감세 후폭풍을 지방의 서민이 겪어야 하는가.

“돌 던지면 맞고 가겠다.” 귀 닫았던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위기감일 게다. 해서, 묻는다. 대통령은 날아오는 돌이 뭔지, 왜 던지는지는 정말 아는가. 공사 구분 없던 혼군(昏君)의 시대를 진솔히 반성하겠는가. 예스맨·검사·뉴라이트 넘치는 공직사회 일신하고, 검찰·감사원·방심위·인권위도 제자리로 돌리겠는가. 골병든 국정 달라지겠다 할 땐, 획을 그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 대통령 말은 가볍고 무망(無望)해진다.

시민 저항은 시작됐다. 시국선언과 훈장 거부가 줄잇고, 촛불은 더 커질 것이다. 시민이 불복종하는 권력은 붕 뜬다. 레임덕 지나, 윤 대통령은 ‘식물대통령’ 앞에 섰다. 국민이 해보라는 특검 외 진실을 가릴 방도가 있는가. 그 특검 후에라야 대통령 권위 회복도, 개헌도, 사퇴나 탄핵도 분기점에 설 게다. 참고 참고 참지만, 배를 띄우고 배를 엎을 수도 있는 게 민심이다. 그 요동이 커질 대통령의 겨울이 다가서고 있다.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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