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눈물 흘릴 정도로 간절했는데…데뷔 11년 만에 첫 흥행"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얼마 전에 고깃집에 갔는데 아저씨 한 분이 한다온 형사 아니냐며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중년 남성분이 절 알아봐 주신 건 처음이라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었어요."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재영은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작품을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늘 꿈만 꿨는데, 이번에 드디어 그 꿈을 이룬 것 같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김재영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주연인 강력팀 형사 한다온을 연기했다. 이번 드라마는 그에게 "배우로서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한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지옥으로 떨어진 죄인을 심판하던 악마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인간 세상에서 죄인 10명을 처단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다룬 판타지 드라마다.
악마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엘리트 판사 강빛나의 몸에 들어가 죄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풀려나게 만든 뒤 처단한다는 통쾌한 이야기로 6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13.1%)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쭉 10%를 웃도는 성적을 유지하다가 최종회 시청률 11.9%로 종영했다.
김재영은 "대본을 봤을 때부터 한다온이란 캐릭터가 너무 욕심났다"며 "너무 간절한 마음에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늘 어둡고, 사연 있는 배역만 맡았는데 처음으로 제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였어요. 제가 원래 밝은 사람인데, 다온이를 통해 그런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죠. 감독님께 제가 (작품을) 못 하게 되더라도, 드라마로 나오면 꼭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경찰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다온은 선하고 정의로운 성격을 지닌 열혈 형사다. 한번 꽂히면 물불 안 가리고 끝장을 보는 집요한 구석이 있지만, 늘 밝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돋보이는 캐릭터다.
김재영은 "홍보 영상을 찍으면서 (박)신혜가 저와 한다온이 90% 정도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그 정도로 닮은 캐릭터였다"며 "저도 한다온처럼 장난기 있고,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각종 범죄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도 했다며 "다큐멘터리 속 실제 범죄 사건들을 접하면서 '왜 저렇게밖에 처벌이 안 되는 걸까' 매우 답답했는데,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 것 같다"고 떠올렸다.
"드라마에서 악인들은 자기가 저지른 범죄를 죽기 전에 고스란히 돌려받는데, 사실 현실에선 볼 수 없는 판결이잖아요. 시청자들도 이런 전개를 화끈하고 통쾌하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
모델로 데뷔한 김재영은 2013년 영화 '노브레싱'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이종석, 서인국 씨와 같이 출연한 영화였는데 주위 배우들을 보면서 저도 바로 스타가 되는 줄 알았다"며 "'이렇게 금방 성공하는 건가?'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성공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수없이 기대하고, 실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돌아봤다.
김재영은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너를 닮은 사람', '월화수목금토' 등에 출연했다. 이따금 화제에 오른 작품도 있었지만, 주연작이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긴 것은 데뷔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배우는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어서 공백기가 길어질 때면 '내가 연기자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가 걱정되고 우울한 시기를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모델 출신 친구들이 하나둘씩 성공하는 걸 보면서 '난 언제 잘 되지'라는 불안감에 시달렸다"면서 "최근에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마음으로 중심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작품으로는 로맨틱 코미디가 욕심난다고 했다.
"저는 겉보기와 다르게 마음이 여린 편이에요. 이게 배우로서는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느끼는 감정의 폭도 넓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 감정을 연기로 소화해낼 수 있다고 자신해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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