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에 데이터를 저장한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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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공기록물관리법에는 "기록물의 생산부터 활용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진본성, 무결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관리 원칙이 명시돼 있다.
책으로 치면 수천조권에 이르는 데이터를 해마다 생산하는 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미래의 역사학자는 덩달아 늘어나는 저장 기록물의 바다에서 어떻게 항해할까? 인공지능과 검색 알고리즘을 다루는 능력은 미래 역사학자에게 필수가 될까? 아주 다른 검색 기술이 등장할까? 디엔에이 저장매체의 등장은 우리가 엄청난 데이터와 기록물로 채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새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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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국내 공공기록물관리법에는 “기록물의 생산부터 활용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진본성, 무결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관리 원칙이 명시돼 있다. 전통적인 종이 기록물 외에 갈수록 늘어나는 전자 기록물을 진본성과 무결성의 원칙에 맞게 보관하는 일은 기록물 관리자들에게 중요한 일이 됐다. 자기테이프, 하드디스크 같은 저장 도구에 더해, 앞으로는 생물학적 저장매체도 기록물 관리자가 까다롭게 다뤄야 하는 매체 목록에 포함될지 모른다. 디엔에이(DNA)에 기반한 저장매체가 새로운 저장 기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디엔에이가 대안 저장매체로 주목받는 이유는 몇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염기쌍의 이중나선 구조는 반도체보다 훨씬 촘촘하게 더 많이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 디엔에이 1그램은 고화질 비디오 1000만시간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수명도 길다. 고대 유골에서 디엔에이 정보를 복원하듯이, 온도와 습도 같은 조건을 맞추면 디엔에이는 수천년 넘게 보존될 수 있다. 다만 디엔에이 저장매체는 한번 기록한 정보를 수정하거나 편집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대용량 기록물을 오래 보관하는 데 쓸 수 있다.
디엔에이 저장매체는 1960년대에 공상과학 같은 얘기였지만, 한편에선 디엔에이 합성과 염기서열 해독 기술이 발전하고 다른 한편에선 저장할 데이터가 급증해 새로운 저장 도구가 필요해지면서 2000년대 이후 활발히 연구돼왔다. 무엇보다 큰 도전과제는 비용과 더불어 속도 문제였다. 염기를 하나씩 붙여 정보를 기록하는 기존의 디엔에이 합성 방식으로는 대용량 정보를 저장하기에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아주 다른 방식의 정보 저장 기법이 ‘네이처’에 발표됐다. 네이처의 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대학 연구진은 네가지 염기를 하나씩 합성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미리 제작된 디엔에이 가닥의 염기들에 0과 1의 신호를 매겨 속도를 크게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비결은 후성유전 물질인 ‘메틸기’에 있었다. 자연의 디엔에이 염기들에 붙는 메틸기의 원리를 이용해, 연구진은 선택적으로 메틸기를 붙여 1의 신호를, 붙이지 않아 0의 신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호랑이 문양과 판다 사진을 이런 식으로 디엔에이에 저장하고 재생했다. 두 이미지는 27만비트의 0과 1로 저장됐다.
발상의 전환을 실용화하기까지는 남은 문제들이 있다. 비용을 낮춰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 기존 저장매체들에 비해 쓰기와 읽기는 여전히 느리다. 또한 기록물을 후대에 전승하는 무결성 도구가 되려면 깐깐한 기록물 관리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책으로 치면 수천조권에 이르는 데이터를 해마다 생산하는 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미래의 역사학자는 덩달아 늘어나는 저장 기록물의 바다에서 어떻게 항해할까? 인공지능과 검색 알고리즘을 다루는 능력은 미래 역사학자에게 필수가 될까? 아주 다른 검색 기술이 등장할까? 디엔에이 저장매체의 등장은 우리가 엄청난 데이터와 기록물로 채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새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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