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보다 강해진 ‘음모론 부대’, 미국 대선 흔든다

최혜린 기자 2024. 11. 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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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헨더슨에서 열린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에 나서기 전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1년 1월6일 대선 불복 폭동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훨씬 더 강해진 모습으로 올해 대선에 다시 등장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년간 충분히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하는 사이 미국 사회가 다시금 음모론에 휘둘리는 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WP는 1·6 의회 폭동 당시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등장했던 극단주의자들이 대부분 “작고 엉성한 계정에 무질서한 형태로” 주장을 퍼뜨린 반면, 최근에는 허위정보와 음모론이 퍼지는 과정이 ‘군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체계화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편봉투를 무더기로 들고 가는 남성이 찍힌 영상을 올리며 ‘선거 사무소에 투표용지를 배달한 우체국 직원이 표를 가로채고 있다’고 주장을 퍼뜨린 게 대표적이다. 이는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뻐르게 확산했다.

“일단 쏴 죽이고 나중에 조사해라. 2020년을 기억하라” “민주당의 선거사기에 대한 증거다”라는 지지자들 반응이 잇따랐고, 해당 남성의 신상을 캐는 ‘마녀사냥’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남성은 우체국에서 20년 넘게 일한 직원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WP는 ‘선거 조작론’을 꾸준히 퍼뜨리며 온라인상에서 팔로워를 모아 온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음모론의 조직적인 확산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엑스(옛 트위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정치자금 모금조직인 ‘아메리카 정치행동위원회(PAC)’를 통해 지난달부터 엑스에 ‘선거무결성커뮤니티’(EIC)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IC는 매일 수백 개의 새로운 부정선거 음모론을 만들어내며 ‘가짜뉴스 공장’처럼 활용되고 있다. 팔로워는 6만1000명이 넘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폴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온라인 음모론 부대’가 지지자들의 불복 사태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어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1·6 의회 폭동을 수사한 하원 위원회의 조사담당자 딘 잭슨은 “선거 음모론자들은 허위 주장을 더욱 신뢰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지금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처럼 느껴진다. 2021년 사태에서 교훈을 하나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음모론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유권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시간주에 사는 해나 프라이드스미스(26)는 “어렸을 때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최근에는 음모론적 주장을 하는 이들과 논쟁하는 게 안전하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브라운대학 정보연구소의 공동창립자인 스테퍼니 프리드호프는 “신뢰 없는 사회에서 합의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음모론의 확산이 양극화를 심화한다고 우려했다.

외국발 허위정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의 젠 이스터리 국장은 이날 “올해 대선에서는 이전에 없을 정도로 많은 허위정보가 퍼지고 있다. 특히 적대 국가들은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거짓 정보를 증폭시킨다”며 “미국 국민은 엄청난 양의 허위 정보에 노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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