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20억원’ 포기하고 FA 선언, 허경민의 ‘종신 두산’ 약속 지켜질 수 있나

최민우 기자 2024. 11. 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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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민 ⓒ곽혜미 기자
▲ 허경민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두산 베어스 허경민(34)이 FA 시장에 뛰어든다.

KBO는 5일 2024년 FA 자격선수로 공시된 30명 중 승인 선수 20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여기에는 두산 허경민의 이름이 포함됐다. 공시된 FA 승인 선수는 6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총 20명이 FA 승인 선수로 공시됨에 따라, KBO 규약 제173조 [FA 획득의 제한]에 따라 타 구단 소속 FA 승인 선수 중 2명까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허경민은 지난 2020시즌 종료 후 두산과 4+3년 최대 85억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허경민이 ‘종신 두산’을 선언한 것으로 보였다. 첫 4년의 계약 종료 시점에 허경민의 나이가 30대 중반이라, 허경민이 선수 옵션인 3년의 연장 계약을 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만약 옵션이 발동됐다면, 허경민은 3년 동안 20억원을 추가로 수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허경민은 옵션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했다.

올해 내내 허경민의 다음 시즌 거취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허경민은 지난 3년 동안 타율이 2할 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일부 팬들은 허경민의 성적이 좋을 땐 ‘옵트아웃 때문’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몸이 좋지 않아 결장할 때는 허경민에게 ‘스탯 관리 한다’며 비난했다. 팬들은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허경민도 여론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24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후 단상 인터뷰에 나선 허경민은 “나는 앞으로도 계속 두산에 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아달라”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허경민은 “노력해서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온다.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마음은 아팠다”고 팬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우리 가족은 두산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가장 행복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항상 해왔다. 트럭시위는 팬들이 나를 정말 좋아해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슬펐다. 그래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플레이에 집중하려 했다”며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계속해서 허경민은 “나는 FA라서 잘하는 게 아니라 겨울 동안 정말 노력을 많이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뭐라고 하던지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내일 경기, 또 앞으로 잘하려고 노력하겠다”며 FA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낸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 허경민 ⓒ곽혜미 기자

첫 FA 계약 때도, 그리고 계약의 첫 4년의 마지막 시즌 때도 허경민은 두산에 남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3년 20억원의 계약은 허경민의 성에 차지 않았다. 시장에서 더 높은 금액의 계약을 받아낼 자신이 있기 때문에 FA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성적만 보면 그럴만 하다. 허경민은 115경기에서 7홈런 61타점 69득점 5도루 타율 0.309(417타수 129안타) 출루율 0.384 장타율 0.427 OPS(출루율+장타율) 0.811을 기록했다.

다만 두산을 제외한 대부분 구단이 확실한 주전 3루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허경민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최정이 FA 시장에 나왔지만 이미 SSG 랜더스와 계약이 확정된 상황. 내년에도 SSG 주전 3루수는 최정으로 사실살 정해졌다. 이외에도 KIA 타이거즈는 김도영이 버티고 있고, 삼성 라이온즈는 김영웅, LG 트윈스 문보경, kt 위즈 황재균, NC 다이노스는 김휘집,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3루수를 맡는다. 사실상 3루수가 급하게 필요한 팀은 없다.

▲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두산도 허경민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내야진에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지 못했고 허경민을 대체할 자원도 마땅치 않다. 허경민이 3년 20억원의 계약을 선택하지 않고 FA를 선언한 만큼 두산은 더 큰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허경민의 ‘종신 두산’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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