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숏폼'도 답이 아니었다…추락하는 홈쇼핑

김아름 2024. 11. 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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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출수수료, 방송 매출 70% 차지
숏폼·모바일 등 TV외 콘텐츠 육성
'숏폼=짧은 홈쇼핑'아냐…차별화 필요
/그래픽=비즈워치

송출수수료의 세계

최근 제가 어떤 구독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있는지 계산해 봤습니다. 우선 쿠팡의 '로켓와우'를 사용하고 있구요. 신세계그룹의 '신세계 유니버스'도 사용 중입니다. 컬리의 '컬리 멤버스'도 가입 중입니다. '네이버 플러스'도 이용 중이구요. 스포츠를 좋아해서 '스포티비 나우'도 봅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당연하죠. '넷플릭스'와 '웨이브'도 보고 있습니다. 티빙과 디즈니플러스는 잠시 쉬어가는 중입니다. 

이렇게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TV를 틀어도 공중파 방송을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가입해 놓은 SK브로드밴드 TV 역시 구독 서비스죠) TV를 틀자마자 넷플릭스나 유튜브 버튼을 누르는 일이 대다수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홈쇼핑은 누가 보는거지?

2023년 주요 홈쇼핑 4사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저만 그런 걸까 싶어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일 평균 TV 시청 시간은 2020년 189분에서 지난해 182분으로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도 감소세입니다. 한국TV홈쇼핑협회의 '2023년 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사의 지난해 방송 매출액은 2019년 대비 13.3% 감소한 2조7290억원에 그쳤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매년 매출이 줄어드는데도 홈쇼핑사들이 내는 송출 수수료는 도무지 줄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 방송 매출액의 71%에 달합니다.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의 71%입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수수료는 매년 늘어나니 매출 대비 수수료 비율이 치솟는 겁니다.

TV홈쇼핑 송출수수료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2019년 49.3%였던 방송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21년 60%를 넘겼고 지난해 70%선을 뚫었습니다. 다른 업계에서 "매출과 관계 없이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를 매년 늘리겠다"고 밝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홈쇼핑 업계에선 이게 '스탠다드'입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송출 중단'이라는 카드까지 나왔습니다. 최근 CJ온스타일은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의 송출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송출 수수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해에도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이 각각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 LG헬로비전에 송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안 파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입니다.

탈출구는 '숏폼'?

홈쇼핑사들은 탈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TV 홈쇼핑은 미래가 어두운 부문입니다. 천지개벽할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유튜버, 연예인 등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거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TV 외'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그 중 홈쇼핑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콘텐츠가 '숏폼'입니다. 길면 1시간 이상으로 늘어지는 홈쇼핑 방송에 비해 숏폼은 분 단위로 길이가 짧아 제작이 수월하고 집중도도 높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숏폼의 주 이용자가 홈쇼핑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1020이라는 겁니다. 완전히 신시장인 셈이죠. 

그래픽=비즈워치

홈쇼핑사들은 최근 저마다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며 성과를 알리고 있습니다. GS샵은 지난해 12월 오픈한 숏폼 콘텐츠 '숏픽'이 6개월 만에 누적 페이지뷰 1억회를 넘겼다고 밝혔고요. 롯데홈쇼핑은 인기상품을 선별해 30초짜리 숏폼으로 만든 '초절약 숏핑' 서비스가 5개월간 누적 사용자 40만명, 누적 재생 160만건을 돌파했다고 알렸습니다. 현대홈쇼핑도 현대H몰 앱을 리뉴얼하면서 앱 화면 하단에 숏폼 서비스로 연결되는 '숏딜' 버튼을 넣었죠. 

아쉬운 건 아직까지 홈쇼핑사들이 추진하는 숏폼 콘텐츠 대부분이 TV쇼핑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핫'한 제품을 숏폼이나 모바일 방송으로 빠르게 소개한 뒤 TV홈쇼핑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하거나, TV쇼핑 방송을 축약한 숏폼 등은 결국 TV쇼핑을 전제로 하는 콘텐츠인 겁니다. 즉 자체 생존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짜는 '탈 TV'

홈쇼핑사들의 모바일 시장 공략에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4월 "올해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확장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유튜브 채널 '매진임박'을 개국했습니다. 이 채널의 가장 최근 영상은 1개월 전입니다. 숏츠 역시 1개월 전부터 신규 영상이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시즌 1, 2를 마치고 시즌 3을 준비 중이라는 설명입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올해 모바일 앱 개편을 시작으로 초대형 모바일 라방 론칭 등 모바일 콘텐츠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며 "인앱 라이브쇼와 유튜브 라이브커머스 전용 채널인 오픈런 등 이원화 전략을 통해 앱 유입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말 자체 딜커머스 유튜브 채널 '앞광고제작소'를 론칭하는 등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1년여 가 지난 지금 앞광고제작소 채널의 구독자는 537명, 가장 최근 영상은 올해 2월 19일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물론 태생부터 TV를 품고 등장했던 홈쇼핑들이 갑자기 쿠팡처럼 이커머스로 돌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은 시행착오의 시기입니다. 여러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잘 할 수 있는 걸 찾는 기간입니다. 그래도 결국 홈쇼핑사들이 추구해야 하는 건 '모바일 to TV'가 아닌, '저스트 모바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TV홈쇼핑은 이제 시장이 확대되기 어려운 플랫폼입니다. 방통위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0.8%만이 TV를 '꼭 필요한 매체'라고 답했습니다. 20대도 3.9%, 30대도 7.9%에 불과했죠. 10년 후엔 어떨까요. 어떤 홈쇼핑사가 변화해 살아남아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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