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47년째 조성 중”…전남 관광지 준공 ‘하세월’
도내 17개 시군 27곳 중 7곳만 조성 완료
담양호·화순온천 등 4곳…40년 넘게 답보
(시사저널=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전남도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지정 관광지 조성사업이 수십년 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40년 넘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하세월을 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준공 관광지 '수두룩'…너도나도 '하고 보자' 앞다퉈 개발
4일 전남도가 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회 최선국(더불어민주당·목포1) 의원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남 17개 시군에 총 27개소가 관광지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7곳만 준공승인이 나 조성이 완료됐다. 74%에 달하는 20곳은 조성 중이다.
조성이 완료된 지정 관광지는 △나주 나주호 △곡성 도림사 △영암 성기동 △영암 마한문화공원 △무안 회산연꽃방죽 △장성 홍길동테마파크 △신안 대광해수욕장 등이다.
반면 나머지 20곳은 최소 14년, 최대 4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조성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된 지 40년이 넘은 관광지는 4곳, 30년 이상 7곳, 20년 이상 3곳, 10년 이상 된 곳은 6곳에 달했다.
실제 담양호의 경우 지난 1977년 8월16일 관광지로 지정, 1987년 10월5일 조성계획이 최초 승인됐으나 지금도 조성단계에 머물러 있다. 장성호 또한 1977년 8월16일 관광지로 지정, 1983년 2월17일 조성계획이 최초 승인됐으나 47년째 답보 상태다.
전남 대표 온천 관광지인 화순온천은 1984년, 구례 지리산온천과 화순 도곡온천은 1989년 지정됐으나 아직까지 조성 단계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보성 율포해수욕장과 완도 신지명사십리 등 주요 해수욕장도 각각 1991년, 2007년 관광지로 지정돼 1995년, 2008년 조성계획이 최초 승인됐으나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보성 한국차·소리 문화공원 △화순 운주사 △장흥 장재-우산도 △강진 대구도요지 △해남 우수영 △해남 땅끝 △영암 영산호 △함평 사포 △영광 불갑사 △완도 해신장보고 △진도 회동 △진도 녹진 △진도 아리랑마을 등도 지정된지 최소 10년 이상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성 단계에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장기 미준공 관광지의 사업 실효성이 어둡다는 데 있다. 지난 1983년에 지정된 영암 영산호의 경우 민간 투자 확보 및 수자원 활용의 어려움 등으로 기존 전시시설 위주의 콘텐츠와 시설 운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화순 도곡온천은 1989년 지정됐는데, 무인텔단지 형성으로 관광지의 부정적 이미지 확대와 가족단위 관광지로서의 기능이 상실됐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강진 대구도요지는 민간투자 확보의 어려움과 숙박시설 제한, 도예촌 미분양 등 관광지 투자 여건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점점 흉물로 변해가는 구례 지리산온천관광지는 개발 사업 표류에 따른 흉물화가 가속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온천 관광지로 명성이 높았던 지리산온천관광단지는 한 때 방문객이 18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현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구례군이 온천을 살리겠다면서 최근 3년간 100억 가량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는 광양 구봉산(사업비 3700억원)과 여수 무술목(7490억원), 고흥 해양 예술랜드(5676억원), 신안 자은해양(8341억원)) 등 4곳을 신규 관광단지로 지정할 예정이다.
대규모 관광단지도 '가다서다'…골프장 등 '알짜'만 준공
최소 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소걸음(牛步)을 하긴 마찬가지다.
전남도가 지정한 △경도해양 △여수화양 △여수챌린지파크 △해남오시아노 △진도대명리조트 등 관광단지 5곳 또한 최소 8년에서 최대 30년간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경도 해양관광단지는 미래에셋이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여수시 경호동 대경도 일원 215만2000㎡에 타워형 레지던스와 호텔, 콘도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7년 시작해 2029년 완공이 목표지만, 진척율은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수 화양 관광단지도 HJ매그놀리아용평디오션호텔앤리조트가 2003년에 착수, 올해 골프장과 호텔, 레저 문화시설, 콘도 등을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추진율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사업자 측은 새로운 투자자를 발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개발계획 변경 재수립용역을 요청한 상태다.
여수 챌린지파크 관광단지도 마찬가지다. 2018년 첫삽을 뜬 챌린지파크는 화양면 일원 51만㎡에 총 7054억원을 투입해 호텔과 풀빌라, 청소년수련·레포츠시설,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에 사업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기반시설과 루지·짚라인 등 일부 시설만이 완료돼 전체 사업 진행률은 15%에 불과하다.
해남 오시아노 관광단지도 32년째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1992년 관광단지로 지정, 화원면 주광리 일원 507만3000㎡에 1조1913억원을 투입해 마리나, 호텔, 골프장, 해수욕장,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고 있으나 지금껏 20%대 진척율에 그치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진도 대명리조트 관광단지는 도내 지정 관광단지 중 가장 높은 40%대 추진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여수 경도에는 27홀 규모 세이지우드CC, 여수 화양 관광단지에는 지난 2017년 준공돼 영업에 들어간 18홀 규모 디오션CC, 해남 화원 오시아노 관광단지는 9홀 규모 오시아노골프클럽 CC 등이 나홀로 준공하고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여수 챌린지파크도 2㎞ 길이의 루지와 1.7㎞ 코스의 짚라인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 기업들이 전남관광 활성화에 필수적인 호텔 등 건립사업은 뒷전이고 알짜사업으로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최선국 도의원 "무리한 관광개발 추진 원인"
이처럼 장기 미준공 관광지가 많은 것은 일선 지자체들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너도나도 '하고 보자'는 식으로 앞다퉈 개발에 나선 결과라는 지적이다. 콘텐츠 역시 차별화되지 않고 빈약하다 보니 찾는 관광객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광지별로 추진 실태를 세세히 조사해 실현 불가능한 계획은 배제함으로써 사업을 마무리하고 가능성 있는 곳만 엄선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시각이다.
최선국 도의원은 "도내 27곳 지정 관광지 중 74%에 해당하는 20곳이 아직 조성 중인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담양호는 47년, 진도 회동은 승인된 지 37년이 지났음에도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관광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이어 "관광단지와 특구 역시 부진한 투자와 관리 부족으로 장기 표류 상태에 놓인 곳이 적잖다"며 "철저한 분석과 진단을 통해 변화한 지역 여건을 반영한 개발 방향이 제시될 수 있도록 지정 관광지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 "시군 예산 확보·관리에 한계"
이에 이석호 전남도 관광개발과장은 "관광단지의 경우 민간 투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다, 관광지의 경우 예산이 많이 드는데 각 시군에서 이를 담당하다보니 전남도가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각 시군의 관광지 예산 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 계획도 계속해서 변경되다 보니 사업 완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전남도는 해당 관광지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 매년 10년 이상 노후한 관광지를 대상으로 한 '노후 관광지 재생사업'에 3곳을 선정해 도비 50%를 지원하는 등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2024 노후 관광지 재생사업 공모를 통해 담양 담양호 관광지, 보성 율포 해수욕장 관광지, 완도 명사십리 관광지를 선정했다. 도는 이 사업에 2018년부터 14개 노후관광지에 243억 원을 투입했다.
노후관광지 재생사업은 주차장, 화장실 등 10년 이상 노후 관광편의 시설의 보수뿐 아니라 독특한 관광지가 되도록 새로운 콘텐츠 보강, 관광 약자 배려를 위한 무장애(Barrier-Free)시설 설치 등을 추진하는 전남도 자체 시책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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