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무너지는 느낌” 불안 속에 막 오르는 미 대선

김희진 기자 2024. 11. 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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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해리스, 대선을 ‘실존적 전투’로 바꿔
“선거에 대한 감정은 두려움”…곳곳 폭력 사태도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전 투표 마지막날 투표소를 알리는 표지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5일(현지시간) 삼엄한 분위기 속 막을 올렸다. 백악관을 비롯한 주변 건물에 철제 펜스가 들어섰고 곳곳에 경찰이 배치됐다. 희망과 기대 대신 불안과 두려움이 퍼져있는 분위기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의 이상에 비춰보면 선거는 ‘애국심의 순간’이자 ‘투표함에서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시간’이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에선 정치 폭력과 암살 시도, 반대자를 향한 보복 경고 등 21세기에 상상할 수 없는 우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선거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4일(현지시간) 선거일을 앞두고 워싱턴에서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거리에 세워진 철제 펜스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NYT와 인터뷰한 시민들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국가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투표소에 향한다”고 답했다. 긴 선거 기간이 마침내 끝나간다는 데 안도하는 이도 있지만, 선거 당일과 그 이후 벌어질 상황을 두고 밑바닥부터 깔린 불안을 떨치긴 어려워 보였다고 했다.

미국을 뒤덮은 불안과 두려움은 격동의 4년을 거치며 깊어졌다.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의 확산,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것으로 평가되는 2021년 1·6 의사당 폭동, 반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임신중지권을 연방 차원에서 폐기한 것, 수십 년간 겪어보지 못한 물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 와중에 대선 후보와 캠프는 미국 대선을 민주주의나 안전을 위한 ‘실존적 전투’로 바꾸면서, 유권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NYT는 짚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이민자의 범죄에 따른 위험을 강조하거나,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임신중지권 제한으로 생사를 오간 사례를 부각하는 식이다.

NYT는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이 남북전쟁이나 1960년대 혼란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텍사스주 라이스대의 역사 교수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지금 갈등이 당시보다 심각하다면서 “모두가 선거 당일 밤에 일어날 상황을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인근 가게들은 5일(현지시간) 선거를 앞두고 만일의 폭력 사태에 대비해 창문을 합판으로 덮는 등 보안 조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 워싱턴에선 백악관 근처 식당마다 창문을 두꺼운 합판으로 덮었다. 한 주유소 직원은 “1·6 의사당 폭동이 정말 모든 것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웃과의 갈등이 두려워 선거에 관해서는 속삭이며 대화해야만 한다고 NYT에 전하기도 했다. 미시간 와이오밍 그랜드래피즈 외곽 도시 사전투표소에서 자신을 게리 D라고 밝힌 69세 남성은 과거와 달리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말하는 것에 위협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선거에 대한 감정을 “두려움”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과 오리건에선 투표함에 불이 붙는 일도 벌어졌다. 플로리다에선 사전투표소 밖에서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에게 칼을 휘둘렀다. 조지아에선 대선을 하루 앞두고 선거관리원 앞으로 폭탄테러 위협 편지가 발송되기도 했다. 검찰이 공개한 편지에는 “선거를 훔치는 것에 대해 폭력적 교훈을 배울 것”이란 내용이 담겨있었다.

미국 심리학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성인 10명 중 7명 이상은 대선 결과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답자 56%는 ‘선거가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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