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조선해양, 연구원 300명 불만 사항 ‘익명’ 조사한 뒤 ‘실명’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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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소속 연구원 300여명을 상대로 익명을 보장한다며 불만 사항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조사에 참여한 연구원 이름과 응답 내용이 사내에 모두 노출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이날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조선해양은 사내 연구조직인 미래기술연구원에 소속된 연구원들 상대로 지난달 21일에서 25일까지 회사에 대한 애로사항을 익명으로 접수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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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10차례 설문조사에서 실명 노출한 적 없어”
“인사 평가에도 반영될 수 없는 구조”
HD현대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소속 연구원 300여명을 상대로 익명을 보장한다며 불만 사항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조사에 참여한 연구원 이름과 응답 내용이 사내에 모두 노출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이날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조선해양은 사내 연구조직인 미래기술연구원에 소속된 연구원들 상대로 지난달 21일에서 25일까지 회사에 대한 애로사항을 익명으로 접수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객관식 문항과 주관식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객관식 문항 18개는 ‘예’ ‘아니오’로 답하는 방식이었다. 주관식 문항 1개는 회사에 대한 불만 사항이나 개선 방안을 자유롭게 쓰게 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는 지난달 30일 설문 조사 결과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 모든 연구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그런데 애초 익명 조사라고 했던 것과 달리 누가,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가 엑셀 파일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A 부서는 능력 있는 사람이 모두 떠나고 자격 없는 사람들만 남아있다” “B 부서는 조직원들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 등의 불만·개선 사항과 함께 이런 응답을 한 연구원 이름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회사 내부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누가 회사에 대해, 혹은 특정 동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두가 전부 알아버렸다”라며 “사무실 분위기가 너무 뒤숭숭하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나 HD현대 그룹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도 “회사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경쟁사로 대규모 이직 파동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되자 회사는 지난달 31일 미래기술연구원 임직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회사는 “전산실 쪽이 연구원들 이름을 삭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팀에 결과 자료가 넘어왔다” “운영팀은 그대로 이메일로 배포하는 실수를 범한 것” 등으로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조직문화 개선이 아니라 회사에 안 좋은 생각을 가진 ‘끄나풀’을 선별하려고 설문조사를 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이전에 진행했던 다른 설문조사들도 응답자들 실명을 전부 파악하고 있던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다른 연구원은 “10월 말부터 인사고과 시즌인데 설문조사 때 쓴소리를 한 사람들은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은 “그동안 설문조사를 10차례 정도 했는데 한 번도 응답자 실명이 노출된 적이 없었고 이번에만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조선비즈에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또 “연구원 인사 평가는 연구원 내부 직원이 하는 게 아니라, 연구원에 연구 과제를 맡긴 외부 조직에서 한다”며 “설문조사 결과가 인사평가로 이어지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조선해양은 “문제가 된 자료는 즉시 폐기 조치했으며, 파악된 문제점을 토대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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