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산문학상에 시 강은교·소설 김희선·평론 서영채

임인택 기자 2024. 11. 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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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산문학상에 강은교 시인의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와 김희선의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이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2024)를 두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달프고 쓸쓸한 현실에 숨을 불어넣으며,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면서도 아름답고 쓸쓸한 풍경을 자아낸 점", 소설 '247의 모든 것'(2024)은 "바이러스의 상상력과 관련한 생태적 탐문의 중요성을 숙고하게 하고, 이야기꾼이 내 이야기를 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다양한 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헤아리며 고뇌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한 점", 평론집 '우정의 정원'(2023)은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대결과 비판을 넘어 마음의 폭이 넓은 사람만이 다다를 수 있는 평론의 품격과 비평의 경륜, 삶의 깊이가 어우러진 '살아 있는 비평'의 길을 보여준 점"을 선정 사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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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저주토끼’ 스페인어 옮긴 말도나도
제32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강은교, 소설가 김희선, 평론가 서영채(사진 왼쪽부터)가 5일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환담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올해 대산문학상에 강은교 시인의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와 김희선의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이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선 서영채 평론가의 ‘우정의 정원’이 뽑혔다. 이들에겐 상금 5천만원씩이 주어지고, 시집과 소설엔 공모 지원을 통한 해외 번역출판 기회가 더해진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7월 사이 출간된 모든 시·소설 단행본(평론은 2년치)을 대상으로 심사해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 작품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번역 부문(4년치)에선 정보라 작가의 소설 ‘저주토끼’를 스페인어로 번역(‘CONEJO MALDITO’)한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36)가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2024)를 두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달프고 쓸쓸한 현실에 숨을 불어넣으며,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면서도 아름답고 쓸쓸한 풍경을 자아낸 점”, 소설 ‘247의 모든 것’(2024)은 “바이러스의 상상력과 관련한 생태적 탐문의 중요성을 숙고하게 하고, 이야기꾼이 내 이야기를 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다양한 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헤아리며 고뇌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한 점”, 평론집 ‘우정의 정원’(2023)은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대결과 비판을 넘어 마음의 폭이 넓은 사람만이 다다를 수 있는 평론의 품격과 비평의 경륜, 삶의 깊이가 어우러진 ‘살아 있는 비평’의 길을 보여준 점”을 선정 사유로 꼽았다.

이날 서울 종로 교보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인 강은교(79)는 “이제 시를 그만둘 때가 됐나 보다, 마지막 시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간하고 엉엉 울었던 시집”이라며 “우리 역사, 시간에서 여성들이 상당히 버려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왔고, 문학의 언어와 사회가 합일되는 시를 쓰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아의 내면 탐사만 해선 안 되고, 내-외면이 합일될 수 있는 ‘껴안기의 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68년 등단해 첫 시집 ‘허무집’으로부터 ‘버려진 생’의 긍정을 희구해왔다.

변종 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란 이유로 우주로 격리되어 최후를 맞는 인물을 통해 관계와 윤리의 본질을 묻는 소설 ‘247의 모든 것’의 작가 김희선(52)은 “코로나가 세계를 덮쳤을 때 우리는 다 함께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갔다”며 “누군가를 가두고, 악마로 몰고, 사생활을 파헤쳤으며, 삶을 파괴했다. 이처럼 목소리가 없거나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소설가의 의무라고 믿으며 글을 써왔다”고 말했다. 약사로도 일하는 김 작가는 “일하는 공간은 작지만,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각각이 하나의 우주”라며 “처방받아 가는 이들의 손을 보면서도 숨겨진 삶을 궁리하고, 공간 너머에 집중하며 사회 문제도 깊이 탐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활동하며 4권의 평론집만 상재한 서영채 평론가(63·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계간지 ‘문학동네’ 창간 편집위원을 21년간 하고 그만둔 뒤 지난 7~8년간 바깥 출입을 잘 하지 않았는데, 이 상이 물속 잠수하는 사람에게 저 위에서 올라오라고 하는 신호 같았다”며 “저보다 책에 주는 상이고, 한국 문학의 준령처럼 버티었던 김윤식과 조동일 두 분을 다룬 걸 개인적으로 기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 평론가는 “모든 쓰는 자들은 손이 셋”이라며 “자기 손, 자기 손인지도 모르는 손, 남들이 그의 손이라고 생각하는 손, 이 가운데 두 번째의 손이 쓴 활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비평의 역할로, 겹쳐 읽고 꼼꼼히 읽어 써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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