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대통령 풍자는 잘해도…하니 흉내로 뭇매 맞는 이유

김민제 기자 2024. 11. 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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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패러디(오른쪽), 뉴진스 팜하니 패러디. SNL 코리아 갈무리

쿠팡플레이의 코미디 프로그램 ‘에스엔엘(SNL) 코리아’가 뉴진스 멤버 하니, 한강 작가, 드라마 ‘정년이’를 패러디했다가 연이어 뭇매를 맞고 있다. 과거 ‘에스엔엘 코리아’가 선보였던 정치 풍자가 통쾌함을,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뮤지컬스타’나 ‘아파트’ 패러디가 유쾌함을 줬다면, 하니 등을 대상으로 한 패러디에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를 두고 패러디 방향 설정과 품질에서 성패가 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에스엔엘 코리아’ 시즌6 8화에서는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배우 지예은이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인 하니의 어눌한 한국말을 흉내 냈다. 같은 회차에서 배우 김아영은 한강 작가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패러디하며 굽은 자세로 눈을 감은 듯한 표정을 짓고 나긋나긋한 말투를 썼다. 이에 시청자들은 “하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어려운 곳에 섰는데, 이걸 조롱해야 했느냐” “한강을 왜 다룬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말투와 외모를 흉내 내서 말하고 싶은 게 뭔가”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9화에서는 티브이엔(tvN) 드라마 ‘정년이’가 소재가 됐다. 코미디언 안영미는 ‘젖년이’로 등장해 춘향가를 “이리 오너라 벗고 허자”로 개사해 불렀다. 안영미는 성행위를 묘사하는 듯한 몸짓을 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배우 정이랑은 “보기만 해도 임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도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배우들이 노력한 지난 몇년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세요. ‘젖년이’라는 단어가 쉽게 나옵니까?” “드라마가 (원작 웹툰의) 성소수자와 페미니즘 주요 캐릭터를 지운 것을 비꼴 수도 있는데 고작 ‘젖년이’라니, 1차원적이다” “요즘처럼 풍자하기 좋은 소재가 줄줄이 나오는 시기도 드문데, 거기서 약자성만 쏙쏙 골라서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비판받는 이유로 대상 설정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패러디는 높은 수준의 개그 영역으로, 사건의 본질과 맥락을 봐야 한다”며 “배우 김의성이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질의를 받으려 국정감사에 나왔다가 하니와 사진을 찍는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을 따라한 것은 그 한심함을 꼬집는 패러디였다면, 하니에 대한 패러디는 외관과 화제성만 가져왔다”고 짚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풍자는 정상적인 표현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웃음과 해학을 통해 간접적으료 표현하는 것”이라며 “과거 ‘에스엔엘 코리아’는 사회지도층의 모순을 콕 집어내는 풍자를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처럼 사람 외모와 표정을 흉내 내는 건 풍자라고 볼 수 없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흉내 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빵송국’에 올라온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 유튜브 갈무리

최근 호응을 얻은 다른 패러디물과 비교해보면, 대상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담아 만든 양질의 결과물과의 차이가 극명하다. 유튜브 채널 ‘빵송국’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로제의 ‘아파트’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은 5일 오후 2시 기준 322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코미디언 곽범이 브루노 마스를, 엄지윤이 로제를 연기했다.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발표된 지 2주도 안 된 뮤비를 이렇게 좋은 퀄리티로 패러디할 수 있다니 신기하네” “‘짝퉁’ 치고 퀄리티가 좋아 당황스럽고 놀랐다” “진짜 느낌 있어서 열받는다” 등 웃기다는 반응만큼이나 생각보다 양질이어서 놀랐다는 반응도 많다.

‘빵송국’의 뮤지컬 패러디 콘텐츠 ‘뮤지컬스타’도 뮤지컬 ‘킹키부츠’ 넘버 ‘랜드 오브 롤라’를 패러디한 ‘쥐롤라’ 영상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를 연기한 코미디언 이창호는 해당 공연 영상을 수십번, 수백번 돌려 보며 동작들을 연구했다고 한다. ‘뮤지컬스타’의 한아람 피디(PD)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희화화하지 않으려고 가장 신경 쓴다. 진지한 장르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진심을 다해 만든다”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패러디는 대상을 낮게 격하하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장르다. 패러디를 통해 가치를 차별화하고 재미를 끄집어내야 한다”며 “그런 창조성 없이 격하시킨다면 그저 조롱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짚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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