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85%, 한국도 종이재활용 잘한다?…일본에 20년 뒤처진 이유
[편집자주] 코쿠후는 일본말로 국부(國富)를 뜻한다. 일본은 쓰고 버린 종이가 국부라고 여긴다. 일찍이 1970년대에 폐기물 관련법에 '폐지는 폐기물이 아니다'라 못 박았다. 아무도 안 가져가려는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이란 의미다. 이후 종이의 재활용 체계를 정비해 지금은 '아파트가 많아 재활용을 잘한다'는 한국보다 적어도 20년은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길거리에 폐지 줍는 어르신도 없다. 일본의 종이 재활용 체계를 살펴봤다.
한국의 종이 재활용률은 일본과 맞먹는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수치가 눈속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수거하는 폐지의 양은 많지만 온갖 종이가 뒤섞여 재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폐지가 제지사에 납품되기까지 고물상들이 중간마진을 남기는 유통구조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폐지의 활용성은 떨어진다. 일본에 최소 20년 뒤처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국은 일본 만큼 종이를 분리배출하지 않는다. 이에 폐지의 순도가 떨어진다. 예컨대 신문지 제조사는 납품받은 폐신문지 베일(뭉텅이)에 신문 함유량이 높아봐야 20%다. 이 때문에 순도 높은 일본산 폐신문지를 국산과 섞어 쓰는 실정이다. 우유팩도 씻지 않고 배출하기 때문에 보관 과정에 20~30%가 썩어 일본의 폐우유팩을 수입해야 한다.
대부분의 폐지는 아파트 부녀회나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을 맺은 '고물상'이 수거한다. 어르신들이 주운 폐지도 고물상으로 향한다. 고물상은 전국에 2만여곳 있다. 이들은 폐지를 한동안 모아놨다가 전국의 470여 압축상에 보낸다. 압축상은 폐지의 부피를 줄여 제지회사로 납품한다.
폐지가 압축상에 다다르기까지 많게는 3곳의 고물상을 거쳐야 한다. 고물상들은 전국에 소상과 중상, 대상으로 이어지는 1~3중의 폐지 유통구조를 수십년간 유지해왔다. 중상과 대상은 나까마(중간유통상)라 불린다. 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폐지를 납품받을 수 없다. 이에 압축상들은 나까마를 상대로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인다.
1~3중의 유통단계에서 폐지 품질은 대체로 악화한다. 보관 과정에 비를 맞거나, 기껏 분리한 골판지와 골판지가 아닌 종이가 뒤섞인다. 고물상들이 중량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뿌리기도 한다. 압축상들은 협상력이 약해 폐지의 품질 하락에 자유로이 문제제기를 못하는 실정이다. 폐지 수급량이 떨어지는 장마철 등에는 중량이 부풀려진 폐지도 납품받아야 영업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품질 하락의 손해는 압축상과 제지업계가 떠안는다.
일본은 고물상, 나까마가 없다. 폐지 수거체계가 크게 △집단수거 △행정수거 둘로 나뉜다. 집단수거는 아파트나 마을의 자치회와 계약을 맺은 압축상이 폐지를 바로 수거하는 구조다. 행정수거는 인구밀도가 낮은 곳의 폐지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수거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고 압축상이 하게 하는 방식이다.
한국에 폐지 줍는 노인들의 수익이 불안정한 데는 고물상이 1~3중으로 중간마진을 남기는 유통구조의 영향도 크다. 일본처럼 폐지의 유통구조를 점차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지자체가 압축상에 보조금을 지급해 폐지를 수거하게 한다"며 "한국은 보조금은커녕 지자체가 수거한 폐지를 압축상에 판매한다. 폐지의 고질적인 품질하락 문제를 고치려면 폐지가 고물상을 거치지 않고 신속히 압축상에 오도록 유통구조를 조금씩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일본)=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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