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식은 ‘트럼프 트레이드’…시장의 눈은 해리스?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11·5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뒀던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달러 가치는 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막판 선전으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 현상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하지만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면서 투표가 끝나도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은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4일(현지 시각)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동부 시간 기준)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19% 하락한 6만7932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6만7000달러 선에 무너지며 6만6787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선 94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은 전일보다 2.89% 떨어진 2403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더리움은 이날 한때 4.68% 하락하며 2358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투자정보업체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 중 하나인 아크인베스트 ETF에서만 1억3800만 달러 규모 순유출이 발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9일 7만30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올해 3월13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7만3800달러대 경신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엿새 동안 5000달러 이상 하락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 '가상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이 지구상의 가상화폐 수도가 되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하는 등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보이면서 비트코인은 7만 달러 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선거 막판 두 후보 간 지지율이 다시 초박빙으로 흘러가면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최종 승자 확정 때까지 증시 변동성 확대"
달러 가치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우리 시각으로 5일 정오 기준 0.02% 오른 103.90이다. 간밤 뉴욕 시간대 거래에서 달러 인덱스는 0.3% 떨어져 103.65로 내려가 2주 만에 최약세를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3.2% 올라 2022년 4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시장에선 트럼프 재집권으로 20% 보편 관세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면서 달러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강달러 현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전보다 낮아지면서 기대감을 줄이는 모습이다.
선거 막판 혼전 양상으로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약화하는 모습은 미국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7.59포인트(0.61%) 내린 4만1794.6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전장보다 하락한 채 장을 끝냈다.
주말 사이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와의 격차를 좁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뉴욕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는 법인세 추가 감세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그가 재집권하면 기업의 세 부담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으로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탄 바 있다.
투표가 끝나도 시장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개표 결과 불복 등 다양한 이슈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전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수일 동안 최종 승자가 확정될 때까지 관련 불확실성이 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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