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질환·우울증·암까지 치료…'미지의 영역'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국내서도 나올까

홍효진 기자 2024. 11. 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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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현황.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지의 영역'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도전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장내 미생물을 채취해 활용하는 방식의 치료제로, 상업화된 글로벌 신약이 현재 단 두 개에 불과할 정도로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 다만 업계에선 마이크로바이옴 분야가 잠재력이 높은 시장은 맞지만 당장의 개발 성과가 부족한 만큼 장기적 비전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시장에 나온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스위스 리바이오틱스,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각각 개발한 '레비요타'와 '보우스트'(경구용) 단 두 개뿐이다. 이에 국내 업체는 새로운 기전을 활용하거나 적용 범위를 확장해 기존 치료제와 차별점을 둔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모양새다.

쎌바이오텍은 대장암 신약 'PP-P8'의 임상 1상을 오는 12월 개시한다. PP-P8은 한국인 장내 유산균과 김치 유산균을 결합한 유전자 재조합 대장암 치료제로 기존 약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이다. 유산균 유래 천연 의약품인 만큼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없고, 경구용 제제로 개발돼 장기 복용이 편리하단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쎌바이오텍은 PP-P8에 활용된 자체 '유산균 약물전달시스템'(DDS) 플랫폼 기술을 통해 향후 당뇨병·비만 치료제 등으로도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놈앤컴퍼니의 경우 담도암·위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GEN-001'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으로, 머크와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와의 병용 가능성을 인정받아 공동 임상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위암 적응증 임상 2상 결과는 내년 상반기쯤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담도암 임상 2사은 아직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회사는 미국 자회사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자폐 스펙트럼장애(ASD) 치료제 'SB-121'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 피부질환 치료제와 대사질환 신약을 개발 중이며,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역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비만·당뇨 대사질환 치료제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개발에 나섰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고형암 면역항암제 'CJRB-101'의 임상 1·2상을 국내와 미국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이날 코스닥에 상장된 HEM파마(에이치이엠파마)의 경우 분변을 채취해 개별 마이크로바이옴 반응 차이를 분석하는 'PMAS'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아직 미지의 영역에 속한다. 인체에는 약 100조개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과거 대비 분석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밝혀지지 않은 기능이 여전히 많아서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땐 몸속 미생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단 건 경쟁력이지만, 신약 자체로는 개발 성과가 더뎌 당장의 수익성 담보가 어렵다.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주요 업계 트렌드에 밀려 이전보다 관심도가 떨어졌단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장 질환부터 암, 대사질환, 신경계 질환 등 신약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어 국내에서 실제 신약이 나올 경우 블록버스터급 매출도 노려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연평균 54.8%의 성장률로 약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한 신약 개발사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보니 국내 기업은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혀 이를 수익창출원으로 먼저 활용하기도 한다"며 "그럼에도 장 질환, 우울증, 자폐증, 비만치료제 등 여러 영역으로 연구 범위가 확장되는 만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개발 단계가 극초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은 뒤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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