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문화유산’인 국보 ‘지광국사탑’…113년 만에 제모습 찾아 우뚝 서다
일제 해체~일본 반출, 폭격 피해 등 숱한 수난
“빼어난 조각 등 고려시대 승탑의 걸작” 평가···보존·복원 마무리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큰 수난을 받은 ‘비운’의 문화유산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이 마침내 복원을 마치고 제 모습을 찾았다.
고려시대 승려인 지광국사 해린(984~1070)을 기려 세워진 대표적 고려 승탑(부도)인 ‘지광국사탑’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 장식 등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탐을 낸 지광국사탑은 서울~일본~서울 등을 전전해야 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폭격으로 부서지기도 했다.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의 수난을 겪은 지광국사탑은 지난해 112년 만에 원주 법천사지로 다시 돌아와 복원 공사가 진행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원주시와 지광국사탑의 보존처리 및 복원 공사를 완료해 12일 부론면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앞 광장에서 제막식과 공연 등 복원 기념식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지광국사탑은 원래 1070년(고려 문종 24)년 지광국사 해린이 입적하자 그를 기리며 만든 사리탑인 승탑이다. 지광국사의 업적과 생애, 탑 조성 경위 등을 새겨 놓은 비석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국보)와 함께 수 백여년 동안 법천사지에 남아 있었다.
‘지광국사탑’과 ‘지광국사탑비’는 아름다운 조각,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으로 일찍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광국사탑은 탑 전체에 불상과 보살·봉황·꽃 등이 아름답게 조각·장식돼 고려시대 승탑의 걸작이다. 1085년(고려 선종 2)에 세워진 ‘지광국사탑비’는 지광국사의 행적과 당시 사회·문화상을 알려주는 내용, 빼어난 용 무늬 조각, 예술성 높은 글씨가 돋보인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은 지광국사탑에 눈독을 들였고, 결국 1911년 무단으로 해체한 뒤 서울로 옮겨갔다. ‘지광국사탑비’와 떨어져 서울 명동으로 옮겨진 지광국사탑은 1912년 문화유산 약탈과 다름 없이 일본 오사카로 무단 반출됐다. 다행히 다시 서울로 돌아왔으나 원주 고향으로는 가지 못했다. 1915년에는 조선물산공진회 미술관이 있었던 경복궁 뜰, 1923년에는 경회루 동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에는 폭격을 맞아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고궁박물관 뜰에 서 있던 탑은 2016년 심각한 훼손, 구조적 불안정성 등이 확인돼 대전의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옮겨져 전면적인 해체와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약 5년에 걸친 보존처리를 받은 탑은 2023년 8월 해체된 부재 상태로 원주 고향으로 옮겨졌다.
높이 5.39m, 무게 39.4톤에 이르는 지광국사탑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가 지진 진도 7의 충격에도 버틸 수 있게 제작한 특수시설인 면진대 위에 복원됐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는 “탑이 지닌 원형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많은 전문가 검토, 과학적 보존처리, 전통 기술을 지닌 장인들과의 협업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지광국사탑 복원은 도상이나 문양, 복원할 석재의 생산지 연구 같은 각 분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뤄졌다”며 “문화유산의 제자리 복원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보존·복원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최종 보고서를 내년에 발간할 예정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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