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ELS 판매 금지…팔아도 다른 건물서 팔아라"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 제도 개선안 초안 제시
"약간의 이자 더 받으려다간 낭패"… 소비자 '자기책임 원칙' 강조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등 판매 개선 방안/그래픽=김지영

홍콩H 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에서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을 아예 팔지 못하게 된다. 판매하더라도 별도 건물이나 사무실로 일반적인 은행 창구와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비자가 계약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는 등 '자기책임 원칙'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에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은행의 금투 상품 판매 관행 개선책으로 3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1안은 은행에서 아예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고난도 기준은 구조가 복잡하거나 최대 원금 손실률이 20% 이상인 상품이다. 또 2019년 DLF(파생결합증권) 사태 이후로도 계속 판매돼 온 일정 조건의 ELS 편입 신탁과 고난도 금투 상품 편입 공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금지하자는 내용도 언급됐다.

2안은 특정 지역별 거점점포에서만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런 거점점포라도 예·적금 창구와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 채널 간 차이니즈월(부서 간 정보교류 차단·Chinese Wall)을 마련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같은 점포라도 고난도 금투 상품은 별도 건물 등 일반 창구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판매하게 하자는 방안이다.

이 경우 일정 기간 이상의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 경력을 보유한 직원만 판매할 수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시·군·구당 1개 수준으로 보유한 금융센터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안은 은행 점포 내에서 고난도 금투 상품 판매를 허용하되, 창구 분리를 중심으로 불완전판매를 방지하는 방안이다. 같은 은행 점포 안에서 예·적금(일반창구)·비고난도 금투 상품(전용창구)·고난도 금투 상품(별도 사무실)의 판매 채널을 분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반적인 고객 창구는 예·적금 전용·비고난도 금투 상품을 판매하고 고난도 금투 상품은 일반 창구와 별도 출입문으로 완전히 분리된 사무실에서만 판매를 허용하자는 방안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거론된 초안은 향후 금융위가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제도 개선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소비자도 금융시장을 구성하는 주체로서 자기 책임 원칙을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명'은 법률적 책임을 부담하는 행위임을 소비자가 이해하고, 계약 과정에서 주의를 다하면서 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이정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보다 관행과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위험 금융상품 거래에 적합한 소비자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계약하는 판매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ELS 상품은 정기 예금보다 이자를 더 주긴하지만 이런 유혹에 빠져 잘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기에 소비자에게 해로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 유인을 제공할 수 있어 은행 판매를 제한하라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판매 규제 문제점을 냉철히 진단해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원칙'과 소비자 '자기책임 원칙'이 균형 있게 구현될 수 있는 판매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