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사태 1년 되어가는데, 당국 제도 개선안 계속 만지작

윤지원 기자 2024. 11.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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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금융사기예방연대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초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은행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원천 금지하거나 일부 특수 지역 점포에서만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국은 지난달에 이어 5일 잇따라 간담회를 개최하며 ELS 개선안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며 제도 개선책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5일 H지수 기초 ELS 대책 공개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금융위, 금융감독원, 그리고 학계 및 연구기관, 은행 등 업계와 소비자계가 참여했다. 지난달 28일 대학 소비자학과 교수 7명과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간담회를 연 지 일 주일여 만에 관련 세미나를 다시 연 것이다.

올해 초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만기 손실이 확정된 계좌는 17만건으로 집계됐다. 손실이 확정된 계좌의 원금은 10조4000억원이었는데 이중 44.2%가 손실금액(4조6000억원)이었다. ESL 사태로 은행들이 지난 1월 잇따라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던 이 사태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의견 수렴이 계속되며 대책안이 쉽게 모이지 않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3가지 안이 나왔다. 첫번째 안은 가장 규제 강도가 높다. 은행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원천 금지하는 것이다. 2019년 독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에도 은행은 일정 조건의 ELS 편입 신탁과 고난도 금투상품 편입 공모펀드를 판매해왔는데 이를 모두 금지하는 안이 제기됐다.

두번째는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하는 지역별 거점점포에만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다. 은행 영업점의 일반적인 대고객 창구는 예·적금 전용과 비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용으로 분리하고, 고난도 금투상품은 별도 건물 등 일반 창구와 물리적으로 완전 분리된 공간에서만 팔게 만드는 안도 나왔다. 이 역시 일정 기간 이상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경력을 보유한 직원이 있는 거점점포에서만 판매가 될 수 있다.

세번째 안은 규제 강도가 가장 낮다. 은행 점포 내에서 예·적금(일반창구), 비고난도 금투상품(전용창구),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채널(별도 사무실)을 분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안과 다른 것은 거점 점포가 아닌 모든 은행에서 판매 사무실만 분리됐다면 고난도 상품을 팔 수 있다.

하지만 판매 공간을 분리해도 금융 지식이 낮은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고위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않고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한편, 은행의 판매를 원천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해, 오히려 더 위험한 투자상품에 고령층이 눈을 돌리게 할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19년 DLF 사태 이후 금투상품에 대한 판매규제가 한층 강화되었음에도 여전히 불완전판매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원칙’과 소비자의 ‘자기책임 원칙’이 균형 있게 구현될 수 있는 판매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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