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못 들어가" 외국인과 실랑이…'야간 통금' 북촌 주민 "이제 살겠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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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한 손에는 캐리어,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옥마을 쪽을 바라봤다.
입구에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관리 요원들이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17:00~10:00)' 등 팻말을 들고 서있었다.
그동안 북촌한옥마을 일대 주민들은 관광객 소음과 쓰레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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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전 9시50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촌한옥마을 초입. 30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관광객 180여명이 골목 앞으로 몰렸다.
외국인들은 한 손에는 캐리어,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옥마을 쪽을 바라봤다. 입구에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관리 요원들이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17:00~10:00)' 등 팻말을 들고 서있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외국인 관광객들은 골목 안으로 밀물처럼 들어갔다. 곳곳에서 캐리어 끄는 소리가 들렸고 대문 앞 계단에서 유튜브 영상을 큰 소리로 틀거나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사람도 있었다. 관리 요원은 연신 "Please be quiet (조용히 해달라)"를 외쳤다.
종로구청은 지난 1일부터 북촌로11길 일대를 북촌 특별관리지역 '레드존'으로 지정했다. 레드존 구역은 평소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말한다. 내년 2월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3월부터 방문시간 제한 조치를 어긴 사람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레드존 구역에는 건물이 166채 있다. 단독주택은 123채(74%)이며, 나머지 건물은 근린생활시설 또는 문화시설이다. 그동안 북촌한옥마을 일대 주민들은 관광객 소음과 쓰레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3대째 이곳에서 거주한 40대 남성 고모씨는 "문 앞에 대소변을 보고 가는 사람도 있다"며 "북촌이 좋은 동네고 오래 살아서 정이 들었지만 고통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가 되자 관리 요원 6명은 골목길에 서서 "We got too many complaints (우리는 많은 불편을 겪었다)" 등을 계속해서 외쳤다. 아침 일찍 찾아온 일부 단체 관광객은 관리 요원에게 "힘들게 왔는데 왜 못 들어가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관리 요원은 "규칙은 규칙이라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종로구는 일차적으로 외관이나 행동을 보고 주민과 관광객을 구분하고 있다. 관광객은 대부분 카메라를 들고 있거나 스마트폰, 지도, 캐리어 등을 들고 있어 구분이 쉽다고 종로구는 설명한다. 방문증을 발급받아 한옥에 머무는 이들은 입장이 허용된다.
북촌 일대 주민들은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레드존' 방안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민 A씨는 "이 동네에 살면서 조용하고 평온한 아침을 처음 맞는다"며 "오전 6~7시에 열댓명이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면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이제 좀 살겠다" "아침 저녁이 조용해서 낮에 버틸 것 같다" "진작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주변 상인들은 관광객 발길이 끊길 것을 우려했다. 8년째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한다는 이모씨는 "북촌은 경복궁에서 창경궁으로 이동하는 코스 중간에 들르는 곳"이라며 "이쪽 출입이 제한된다고 하면 그 코스에서 북촌은 빠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가게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며 "관광버스가 이른 아침에도 골목 앞까지 와서 오전 9시부터 손님이 꽤 있었다. 지금은 사라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이곳은 관광지이기 전에 사람들이 살던 주거 지역"이라며 "2018년부터 관광객 방문 자제를 부탁했지만 6년 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북촌 보안관'을 뽑고 과태료 부과 권한도 지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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