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후 시신 훼손·유기… 잔혹 범행 현직 장교 구속

춘천지법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발부
여성 군무원 살해 뒤 시신 훼손해 유기
실질심사 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현역 장교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 관심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5일 오전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북한강에 유기한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현역 군 장교가 결국 구속됐다.

박성민 춘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후반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한 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들어 구속 수감을 결정했다.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 예하부대 소속 중령 진급예정자인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 과천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여성 군무원 B(33)씨를 말다툼 끝에 살해했다. 그는 살해 당일 9시쯤 과천 시내 철거 공사장에서 직접 준비한 도구로 B씨의 시신을 훼손해 이튿날 오후 9시 40분쯤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했다. A씨는 잔혹한 범행 후에도 B씨의 휴대폰으로 휴가를 신청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춘천지법에 들어선 A씨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A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관심은 신상공개 여부에 쏠린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선 국가, 사회, 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중대범죄사건의 경우 범죄예방과 사회안전을 위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과 외부전문가 10명 이내로 구성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7~8월 서울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힌 조선(34)과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최원종(23), 지난달 전남 순천에서 길 가던 10대를 살해한 박대성(30) 등이 위원회를 통해 신상이 공개된 사례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 얼굴과 나이 등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