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50돌, 거장 유현목 감독 디지털 복원 작품 등 선봬

김은형 기자 2024. 11. 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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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전공하던 대학 4학년 때 금관상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 전신)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영화진흥공사가 주최하던 영화제는 권선징악, 솔선수범 같은 주제들에 상을 주곤 해서 기대를 안 했는데 박광수 감독님이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심사 기준이 바뀐 듯했습니다. 영화를 전공한 제 아들에게 서울독립영화제는 꿈이었습니다. 올해 서른살이 된 아들이 그 꿈을 이뤘다며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50년을 맞은 서울독립영화제가 100년 이어지면서 영화를 하는 후배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매개가 됐으면 합니다."

1993년 '가변차선'으로 수상했던 양윤호 감독의 축하 인사처럼 한국 영화 창작자 산실 노릇을 하며 대를 이어 참여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은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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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삭감 고비 속 28일 역대 최대 규모 개막
5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배우 권해효(왼쪽부터)와 방은진, 개막작 ‘백현진쑈 문명의 끝’ 박경근 감독과 주인공 백현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은형 기자

“영화를 전공하던 대학 4학년 때 금관상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 전신)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영화진흥공사가 주최하던 영화제는 권선징악, 솔선수범 같은 주제들에 상을 주곤 해서 기대를 안 했는데 박광수 감독님이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심사 기준이 바뀐 듯했습니다. 영화를 전공한 제 아들에게 서울독립영화제는 꿈이었습니다. 올해 서른살이 된 아들이 그 꿈을 이뤘다며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50년을 맞은 서울독립영화제가 100년 이어지면서 영화를 하는 후배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매개가 됐으면 합니다.”

1993년 ‘가변차선’으로 수상했던 양윤호 감독의 축하 인사처럼 한국 영화 창작자 산실 노릇을 하며 대를 이어 참여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은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2001년부터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영화제를 공동 개최해온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을 전액 없애 다시 위기에 놓였지만, 축제는 계속된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씨지브이(CGV) 압구정·청담씨네시티 등 7개관에서 단편 92편, 장편 41편 등 역대 최대 규모 상영작으로 관객을 맞는다.

올해 출품작은 지난해보다 330편이나 늘어난 1704편(단편 1505편, 장면 199편)이다. 김동현 서독제 집행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영화 산업 위기로 상업영화 제작이 경색되면서 독립영화로 본연의 작품 활동을 하려는 영화인들이 늘어났다”며 “상영 시장의 다양성이 줄면서 새로운 영화적 체험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영화제 관객이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내년도 예산 삭감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서독제가 지금에 이른 데는 한국 영화를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고, 그런 역사성은 계승돼야 한다”며 “영진위 예산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성이 영화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눈에 띄는 섹션 중 하나는 초기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해 상영하는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이다. 좀처럼 극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거장 유현목 감독과 하길종 감독의 단편영화를 비롯해 ‘결혼이야기’(1992)로 한국 기획영화를 탄생시킨 김의석 감독의 단편 등 6편을 상영한다. 하길종 감독의 ‘병사의 제전’(1969)은 미국 유학 시절 만든 32분짜리 16㎜ 단편영화로, 당대 미국 사회의 청년 의식이 반영된 초현실적 실험영화다. ‘천막도시’(1984)와 함께 상영되는 김의석 감독의 ‘창수의 취업시대’(1984)는 유실됐던 사운드를 새롭게 재작업해 최초 공개한다.

2018년 시작된 ‘배우 프로젝트’도 올해 4856명이 지원하며 서독제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댓글부대’ ‘청설’의 홍경,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오경화, ‘살인자ㅇ난감’의 노재원, 영화 ‘다음 소희’의 윤가이 등을 배출했다. 202:1의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24명을 영화제 기간에 심사해 수상자 7명을 선발한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진행해온 배우 권해효는 “지난 3주간 매일 밤새가며 한명 한명 포트폴리오를 각각 두번 이상 보면서 선정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며 “배우들을 발굴한다는 의미보다 연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힘내세요’라고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개막작은 가수·연기자·미술가 백현진이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 23’에서 선보였던 실험적 무대 ‘백현진 쑈: 공개방송’의 기록 영상을 확장한 다큐멘터리 ‘백현진쑈 문명의 끝’이다. ‘청계천 메들리’ ‘철의 꿈’ ‘군대’ 등으로 서독제에 참여해온 박경근 감독의 연출작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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