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헛발질"…'여야의정'도 아니고 '여정 협의체' 출범에 시끌

천선휴 기자 2024. 11. 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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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정부, 대한의학회·의대협회 참여한 협의체 11일 출범 예고
"반반쪽 출범 의미없어" 비판…'의협 비대위가 물꼬 틀까' 기대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앞장서서 추진해왔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야당과 의정갈등 핵심에 서 있는 의료계 단체들이 여전히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반쪽자리 협의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참여를 선언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의료계를 대표할 수 없다는 자격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협의체의 정통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표는 전날(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11일 여야의정협의체를 출범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주당이 처음과 달리 전제조건을 강조하면서 불참 입장을 고수한다면 지금 의료상황이 심각한 만큼 '여의정'만이라도 우선 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먼저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말씀했다"며 "먼저 구성을 제안했던 민주당도 꼭 참여해 주길 바란다. 당장 참여가 주저된다면 출범 이후 언제라도 참여를 환영한다"고 했다.

한 대표의 말처럼 본래 협의체는 야당에서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의 참여 없이는 협의체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요 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협의체는 허울뿐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지난 달 26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을 만난 뒤 "내년 정원은 이미 끝났다 얘기하려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에 2025년 정원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박주민 민주당 의원실은 5일 기자들에게 "지난 2일 '여야의정 첫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고 알려진 저녁에서 오히려 정부여당과 입장 차이가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며 "협의체는 구성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정부도 2025년 정원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는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야의정 만찬 자리에서 2025년 의대 정원 조정 의제에 대해 "의제 제한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협의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때부터 나온 것으로, 정부는 논의는 할 수 있을 뿐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2025년 정원을 조정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올려쓰고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에 의료계에선 이같은 갈등 상황에 야당과 전공의, 의대생이 빠진 협의체는 출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료계 참여 단체인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각각 의학 학술단체와 의대 학장단체로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의대 교수는 "말 그대로 전시행정, 헛발질"이라며 "지금 여의정 협의체에 들어가 있는 구성원들 면면을 보면 앞으로 의료 현장에서 일해 나 갈 사람은 하나도 없고 현장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꼰대' 소리 듣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데 뭘 협의하겠다는 거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도 "의료계가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의료계를 대표할 수 없다고 본다"며 "전공의, 의대생들과 교류도 없을 뿐더러 그 안에서 협의의 결과물이 도출된다고 한들 전공의와 의대생이 들을 리 없다. 여의정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만 모인 여정 협의체에 보기 좋게 의료계랍시고 끼워넣은 것이다. 반쪽이 아니라 반반쪽 협의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달 14일 대입 수능이 치러지고 다음달 초 합격자가 발표되면 2025년 정원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의 탄핵과 비대위 출범 여부에 따라 의료계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를 비롯해 지금은 워낙 임 회장에 날이 서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의협 비대위가 만들어진다면 대응 방식이나 전략들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지금까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보면 교수들도, 의협도 믿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을 해왔다"며 "임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발족이 변수라기 보다는 의학회와 의대협회가 협의체에서 정부여당을 설득해 2025년 정원 재논의 확답을 받는 게 더 빠를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임 회장 불신임 안건과 비대위 구성 등을 논의할 임시대의원총회는 오는 10일 열린다.

임총 닷새 뒤인 15일엔 전국 40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료공백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각 의대 학생회장과 40개 의대의 학년별 대표까지 참석하는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열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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