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미온적인 제주항공 … LCC 재편 흐름서 기회 못 잡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불참
에어프레미아 지분투자에도 무관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저가항공(LCC) 업계 재편 예고
제주항공 향후 M&A 행보 주목
연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해 LCC 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예정인 가운데,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에 미온적인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5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실사에 참여했지만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입찰제안서를 내지 않은 데 이어, 최근 에어프레미아 관련한 지분 투자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대명소노그룹이 JC파트너스로부터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사들이며 사실상 2대 주주가 된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7월 김이배 CEO 메시지를 통해 “항공산업 구조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라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단거리 노선 강자인 제주항공이 장거리 노선 위주인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에어프레미아 인수설이 투자업계서 나온 바 있는데 막상 제주항공이 에어프레미아 지분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라며 “제주항공의 M&A 전략이 어떤 것인지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FSC(대형항공사) 1·2위 업체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월 20일을 전후로 합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이들 자회사인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인천)도 ‘통합 LCC’가 될 전망이다.
현재 FSC 2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LCC 9곳(매출순위로 보면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이 있다.
앞으로는 FSC 1곳(대한항공)과 LCC 7곳(통합 LCC·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서 각각 2대 주주가 되면서 경영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만일 대명소노그룹이 자금력을 기반으로 둘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합병하게 되면, LCC는 6곳(통합LCC·티웨이 및 에어프레미아 합병법인·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으로 재편된다.
기존 LCC 업계 1위였던 제주항공이 LCC 3위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재편 흐름엔 LCC 업황이 좋아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물가 시대를 맞이해 ‘가성비 여행’이 늘어나면서 저가항공이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된 LCC 5곳(제주항공, 티웨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조171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아직 매출액이 공시되지 않은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3사 합산 매출액도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매출액(4조242억원)과 비견되는 숫자다.
혹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생기는 ‘통합 LCC’와 관련해서, 에어부산은 부산지역 기업이 연합체를 꾸려서 ‘분리매각’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만일 에어부산이 매각 대상으로 나오면 제주항공이 이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제주항공 입장에선 남은 매물들을 통해 시너지가 확실히 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020년 3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고 SPA 계약까지 체결했다가, 계약조건 이행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2020년 7월 인수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에 138억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한 바 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시도가 이미 무산됐고, 두 항공사는 겹치는 노선이 많기 때문에 그다지 시너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에어로케이와 플라이강원은 각각 청주와 양양을 기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확장성이 크지 않다는 게 한계다.
제주항공의 자금력도 여유가 있진 않은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자본과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각각 3395억원과 3639억원이다.
매달 수백억원의 운용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수금융(부채) 혹은 또 다른 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하지 않는 한, 타 LCC를 살 자금여력이 크진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 1300억원(2022년 9월)을 발행하고, 주식담보대출 약 1765억원을 받은 상황이다.
차입한 금액은 계열사 AK플라자 등의 운영자금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모회사 자금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IB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제주항공 입장에선, 가만히 있자니 LCC 점유율이 떨어질테고,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니 매물과 재원마련 계획이 고민인 상황일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LCC 재편은 쩐의 전쟁을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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