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둘러싼 ‘출구 없는 싸움’ …‘무료배달’ 유지될까

조유빈 기자 2024. 11. 5. 14: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합의안 도출 또 실패…11차 회의서도 결렬되면 중재안 제시
소비자 부담 반발에 “소비자-배달 플랫폼 간 개입은 없어”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갈등이 세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열 번째 진행된 배달 앱 상생협의체 회의에서도 결국 유의미한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정부가 약속한 10월 말을 넘긴 데 이어, 오는 7일 11차 회의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상생협의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하게 된다. 상생협의체 회의에서는 입점업체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료배달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돼, '무료배달'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수도 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거리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끝장회의'마저 실패…양측 입장 재확인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열린 제 10차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합의가 또 무산됐다.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배민)에 이어 매출액에 따라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입점업체들은 5% 이하로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기존의 요구안을 고수했다. 배달 플랫폼 측이 상생안 검토를 위한 추가 시간을 요청하면서 오는 7일 다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논의가 공전하는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무료배달' 존속 여부다. 지난달 30일 열린 9차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일부 공익위원들은 배달비 부담 구조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소비자도 배달비 일부를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체 배달비 중 40% 정도를 소비자가 부담하고, 입점업체는 60%를 부담하는 안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쿠팡이츠는 "배달비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츠는 고물가 상황에서 무료배달이 없어질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업계는 무료배달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떠오른 후발주자 쿠팡이츠가 스스로의 경쟁력이 약화될까 우려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즉각 성명을 내고 '소비자 권익'을 강조했다. 컨슈머워치는 "무료배달을 획일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입점업체와 소비자간 배달 수수료 부담 비율은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며, 이를 강제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입점업체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배달 앱 간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강화해 비용 절감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상생협의체는 "소비자와 배달 플랫폼 간 개입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상생협의체는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에 국한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배달 라이더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상생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8월22일 오후 2시경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참가자가 '배달 플랫폼 규제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마지막의 마지막' 11차 회의…강제적 규제 가능성도

소비자 부담과 관련한 제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배달 수수료로 인해 배달 음식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때문에 오는 7일 열릴 예정인 11차 회의는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에게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1차 회의에서 최종 상생안을 도출하고,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중개 수수료율 상한제 등 중재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의 중재안이 권고 수준에 머문다면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재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한, 배달 플랫폼들이 자율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강제적인 규제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적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지난 1일 "소상공인 단체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수수료 상한제와 우대 수수료를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플랫폼법 통과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배달업계는 수수료 상한제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배민의 '무료배달' 표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배달료를 입점업체나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실제로 전액 부담했는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배달 플랫폼의 배달비 부과 체계에 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무료배달'을 강조하는 배달 플랫폼의 마케팅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